waifu2x와 서브컬쳐 이미지의 동학: 더 고화질의 아내를 위하여

디지털 공간 속 이미지는 오직 복사본으로만 존재하며 무한히 자가복제 가능하다. 손실되지 않는 완벽한 화상의 공유와 보존이 가능해진 작금의 기술적 상황은 마치 이미지의 꿈이 실현된 것만 같다. 그러나 디지털 세계는 생각보다 호락호락하게 원본을 내어주지 않는다. 유저의 의도가 어떻든 간에 화상은 공유의 과정에서 그 물질성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기보다는, 그 공유처를 제공하는 플랫폼에 의해 축소되거나 압축되어 저화질의 이미지로 열화되며 온라인 공간을 떠돌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과정을 적게 거친 덜 열화된 이미지, 더 원본에 가까운 이미지는 일종의 진품성에 가까운 지위를 획득하게 된다. 이런 연유로 온라인 공간 속에서 고해상도의 이미지는 일종의 재화가 되며, 같은 이미지라도 그 열화 정도에 따라 다른 상품적 가치를 부여받는다. 때문에 일차적 원본을 소유하고 있는 작가나 저작권자 뿐만 아니라, 그를 유통하는 2차 소스들도 이러한 ‘진품성’을 바탕으로 이득을 취하기도 한다. ‘우클릭 금지’를 걸어놓고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만 화상을 공유하는 블로그, 회원에게만 화상을 다운받을 수 있는 권리를 주는 사이트나 고화질의 일러스트들을 아카이빙한 뒤 광고이득을 취하는 사이트 등이 이에 해당하는 사례가 될 것이다. 결국 온라인 공간에서 화상을 소유하는 것 역시도 자본, 혹은 권력의 불균형을 전제하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퀄리티의 화상을 획득하기 위한 욕망들이 작동하고 서로 충돌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만화나 아니메 오타쿠의 경우는 2D의 매체, 즉 화상을 주 소비 컨텐츠로 가지기 때문에 이를 소유하는 것이 ‘덕질’의 목표 중 하나가 된다. 따라서 이들은 화상의 화질과 공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디지털 일러스트 이미지 파일 그 자체는 상품이 아니다. 이것은 애니메이션의 스틸컷, 캐릭터 상품의 원화, 게임 내 카드의 일러스트 등, 다른 상품의 샘플 이미지로서 공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것은 애초에 고해상도로 제공되지 않으며 다른 상품을 구입했을 경우만 획득 가능한 이미지이다. 디지털 화상은 상품의 부차물이며 그 자체로는 소유의 대상이 아닌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것은 캐릭터가 숨쉬는 원본이기도 하다. 2차원의 캐릭터가 지면으로, 혹은 액정 속에서만 실존하는 이상, 액정 속의 캐릭터가 담긴 장면은 하나하나가 실제의 캐릭터인 것이다. 또한 사실상 오타쿠들이 실제로 교류하고 활동하는 공간은 온라인 상의 가상 공간이기 때문에, 때로는 디지털 이미지가 현실의 굿즈보다도 더 확실한 재화의 가치를 가지곤 한다. 따라서 자신의 하드 디스크에 캐릭터를, 즉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가장 최상의 해상도와 화질로 저장, 보존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의 오타쿠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욕망이다.

이러한 욕망의 동학의 산물로서 등장한 것이 waifu2x주1라는 사이트이다. 이곳은 쉽게 말해 그림을 확대하고 화질을 개선할 수 있는 곳으로, 자가 학습을 통해 업로드된 그림의 원본을 예상하여 이에 가깝게 가공하는 프로그램을 탑재하고 있다. 매우 단순하게 말하자면 알파고와 비슷한 매커니즘이라고도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저들이 가공을 위해 화상을 업로드하면 할수록 시스템의 데이터베이스는 커지며, 복원의 정확성도 올라간다. 이 사이트가 제공하는 옵션은 크게 세 종류인데 그림(주로 서브컬쳐 일러스트)과 일반 사진의 복원을 따로 선택할 수 있다. 사진의 복원은 사실상 그림의 복원 수준보다는 훨씬 떨어지는데, 서브컬쳐에서 주로 제작되는 일러스트 양식인 셀화주2는 색면과 선화의 경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노이즈를 확인하거나 가공하기 훨씬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 우선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사진의 복원률이 떨어진다는 것은 오히려 이 사이트에 있어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이것이 waifu2x라는 시스템의 1차적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waifu2

딥러닝 시스템이 동원되며 11개 언어로 이용이 가능한 이 방대한 규모의 사이트의 주 이용자는 바로 오타쿠들이다. 시스템의 이름인 waifu부터가 wife의 일본어 표기인 ワイフ를 다시 영어로 읽은 발음으로서 오타쿠들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를 ‘아내’라고 말하고 다니는 것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말하자면 이 시스템 자체가 오타쿠들이 셀화를 확대하여 자신의 아내를 더 크고 선명하게 맞이하려는, 즉 캐릭터의 일러스트를 고해상도로 소유하려는 욕망으로부터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서브컬처에서 주로 생산되는 셀화 형식의 일러스트는 표면이 균질적이어 압축으로 인한 노이즈가 더 쉽게 드러나 보이기에 이러한 사이트가 더욱 필요해진 것이다. waifu2x의 개발자인 nagadome의 GitHub주3에는 waifu2x가 아니메스타일 그림을 대상으로 한다고 설명되어있으며, waifu2x 사이트의 배경 그림 역시도 미소녀 일러스트이다. 그 서버 트래픽을 일본 최대의 창작 그림 커뮤니티 사이트이자 서브컬처 창작의 본산 중 하나인 pixiv주4로부터 제공받고 있는 것 역시 그 이용자층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waifu2x의 시스템은 따지면 가공본이라기 보다는 그림을 새로 그리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작업이라는 것이다. 원본을 확대한 뒤 보정하는 것이 아니라 확대로 인해 비워지는 픽셀 사이의 공간에 적절한 픽셀을 임의로 채워넣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선과 면의 경계들은 엄밀하게 표현되기보다는 그럴싸하게 얼버무려지고 흐려지고 뭉개진다. 말하자면 이것은 잘 만들어진 왜상이다. 그러나 이 왜상의 화질이 더 선명하기 때문에 서비스 제공자가 제한된 크기로만 공유한 1차의 화상보다도 사실상 더 많이 공유되고 소비되곤 한다. 가공본이 오히려 ‘공식’, 즉 저작권자가 제공한 ‘원본’을 초월하는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save_my_wife

게임 캐릭터의 새로운 일러스트가 게임회사의 공식 트위터에 공개되면, 누군가 이것을 다운받아 waifu2x를 이용하여 선명하게 만든 뒤 다시 트위터에 공유하는 것은 이제 오타쿠들의 타임라인에서 매우 흔한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제한된 자본(3G) 내에서 빠른 소통을 중시하게 될수록 그 소통속에서 공유되는 이미지는 더 저용량을 추구하게 되며, 그 크기와 화질 역시도 필연적으로 열화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명백하게 고화질과 고용량을 감수하고 이미지를 최대한 원본에 가깝게 소유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존재한다. 그것은 나의 ‘아내’를 가장 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기를 원하는 오타쿠들의 애정의 약동이다. 그 욕망이 디지털 이미지의 물질 법칙을 역행하고 나아가 원본을 초월하는 하이퍼-원본을 창조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주1 http://waifu2x.udp.jp/

주2 투명판에 그린 그림을 겹쳐 얹어 촬영하여 만들어지는 애니메이션 형식인 셀 애니메이션에서 파생된 표현으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 용이하도록 경계선이 분명한 명암을 한 두 단계만 넣어 그려진 그림을 말한다. 애니메이션 일러스트는 대부분 셀화의 형식으로 제작된다.

주3 https://github.com/ 개발자들이 자신의 프로그래밍 소스를 관리하고 오픈소스를 공유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호스팅 사이트. 일종의 포트폴리오로도 활용된다.

주4 http://www.pixiv.net/

  1.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답글 남기기

YELLOW PEN 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