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C Reboot Show 토크] 문학의 시차, 미술의 시차
talk with 인아영(문학평론가)
2019년 5월 26일 오후 3시
5% (서울시 용산구 우사단로 10길 90)
총총은 를 쓰면서 변화한 문학의 상황을 흥미롭게 봤다. 2016년 이후, 한국문학은 세월호, 신경숙 표절 사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이라는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어떤 변화를 만들어낸 것 같았다. 문예지의 혁신이 있었고, 여성 소설가들이 주목 받았으며, 커밍아웃한 게이 소설가의 작품이 인기를 끌고, 젊은 비평가들이 지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단지 수적으로만 많아진 것도 아니고, 좋은 작품과 비평이 점차 증가하고 있었다. ‘여성/페미니즘’과 ‘퀴어’를 다루는 작품이 눈에 띄게 증가했고, 그러한 작품을 읽어내는 좋은 비평이 생산됐다. 한 젊은 비평가는 2016년 이전과 지금 사이, 삼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의 ‘시차’를 말하기도 한다. 그 이전과 이후의 문학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이다.
한편 미술은 삼사 년 전과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그대로인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미술계는 ‘예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하지만, 정말 ‘예민한 리액션’ 이상을 보기가 어렵다. 이를테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작가나 기획자가 연루되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 그를 끌어내거나, 모두 나서서 관련 기관이나 인물에게 입장을 밝히라고 종용하는 식이다.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건 콜렉티브나 전시가 있기도 했지만 큰 결집력을 갖지는 못했다. 기관이든, 전시든, 관에서 하는 것이든, 젊은이들이 모여서 하는 것이든 여성의 비율을 높였다는 것으로 많은 것을 면피하는 것 같다.(숫자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그건 너무 중요하지만, 그것으로 너무 많은 것을 면피하는 건 아닌가?)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미술 작업 자체의 형질이 변화했다거나 작업을 보는 새로운 비평적 시선을 찾았다거나 하는 식의 변화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미술에 발을 디딘 채 곁눈질로 문학계를 슬금슬금 보면서, 그 변화가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했다. 그중 어떤 것은 내가 외부에서 보는 착시일 수도 있고, 어떤 것은 정말 뼈저린 노력을 통해 이뤄낸 성과일수도 있다. (정말 문예지는 더 좋아졌는가? 문단의 폐쇄적 구조에는 개선이 있는가? 왜 레즈비언 소설가는 없는가?) 또 한편으로는 문학비평은 어떻게 존재하고, 어떻게 작동하는지 궁금해졌다. 바로 옆 동네라고 생각했는데, 서로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총총은 문학의 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문학에서는 어떠한 변화가 있었고, 그러한 변화는 어떻게 가능했는가? 여전히 남은 문제는 무엇일까? 문학이 밟은 절차를 돌아보고, 남은 과제를 살펴본다면, 미술의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인아영
대학에서 인류학과 미학을 전공했으며 대학원에서 한국현대문학을 공부하고 있다. 2018년에 박민정론을 쓰면서 문학 비평을 시작했다. 페미니즘, 퀴어를 비롯한 동시대 한국 사회의 문제와 언어 예술이 맺고 있는 관계에 관심이 있다.
참가 신청 : bit.ly/ypc-talk
“[YPC (Reboot) Show] 문학의 시차, 미술의 시차”의 한가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