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성 시기: 2017년 10월
구성원: 권태현, 박시내, 이민주
활동 지역: 서울
웹사이트: http://banzzak.org
소셜미디어: https://www.facebook.com/banzzak.lucciola
반짝, 작은 빛, 섬광, 반딧불과 같은 낱말에서 이미지의 성질을 찾습니다. 변증법적 순간을 상상하면서, 전통적인 미술사와 동시대 시각문화를 아울러 이미지의 힘을 다시 돌아봅니다.
인터뷰 일시: 2022년 8월 8일 오후 7시 30분
반짝은 2017년에 결성되어, 올해로 벌써 6년차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반짝의 멤버들은 한예종에서 만나 함께 스터디를 했다. 그때 디디-위베르만의 <반딧불의 잔존>을 같이 읽었다. 한 구절씩 읽으면서 문장의 아름다움 곱씹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모임 이름도 정하게 되었는데, <반딧불의 잔존>에 나오는 구절에서 이름을 따왔다. 한글의 의미도 그렇고, 그 이름이 우리의 정체성을 잘 나타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공통적으로 예술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다소 천진한 믿음, 말하자면 예술의 정치성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파리의 주 드 폼에서 했던 <봉기들>(Uprisings) 전시가 있었는데 이 전시가 예술과 정치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돌파해내는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를 기획한 디디-위베르만이 도록에 글을 썼는데, 그 글을 함께 읽고 번역하는 모임을 진행했다. 추상적인 고민들을 돌파하는 데 힌트를 많이 준 프로젝트였고 글을 읽으며 이야기를 몇 시간씩 나누고는 했다.
비공개적인 스터디 모임에서 공개적인 콜렉티브 활동으로 전환하게 된 계기가 있는가?
처음부터 공개적으로 활동을 하려고 정한 적은 없고 그냥 스터디 모임으로 꾸리다 외부에 나눌 수 있으면 공유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기획 영역에도 걸쳐 있다보니 공부한 내용을 강의나 발표 같은 전형적인 아카데미적 방식으로 나누기보다는 큐레토리얼적인 고민과 함께 다른 방식의 나눔의 형태를 가져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외부 인사를 초청하고 번역을 진행하는 모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여겨 (외부 인사 초청, 번역 감수 등에 예산이 필요했다) 연구 기금 등을 받게 되었다. 기왕 기금을 받는 김에 재밌는 형식으로 최종 발표를 하자고 의견을 모으게 되었다. 첫 번째가 서교예술센터에서 했던 <반짝 일어남>(2018)이다. 김홍기, 이나라 선생님을 초대하여 전시, 강의, 퍼포먼스 등이 겹쳐 있는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것이 어떤 담론을 제안하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했다. ‘일어남’은 디디-위베르만의 전시이자 도록 출판 작업 『Uprisings』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동안 주로 디디-위베르만, 라캉, 랑시에르 등 프랑스 이론가들의 텍스트에 관심을 보여온 것 같은데, 특정한 지향점이 있었던 것인가?
『봉기들』(Uprisings)을 공부하기 위해서 다른 텍스트를 많이 읽었다. 그 책에서 여러 이론가를 다루고 있고, 프랑스 파리의 구체적인 역사적 맥락도 많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봉기들>을 중심으로 이와 인접하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텍스트를 계속 읽었다. 이미지 이론이라는 담론의 지도를 어떻게 그려볼 수 있을까 하는 욕망이 컸고, 그 중심에 『봉기들』의 텍스트가 있었다. 주간 모임으로 만나면서 『봉기들』 번역에 2-3년 정도 걸렸다. 그 당시에 갖고 있었던 정체성에 대한 고민과 연결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동안 했던 활동과 함께 활동의 타임라인을 간단하게 소개 부탁한다.
순서대로 <반짝 일어남>, <반짝 흩어짐>, <반짝 눌러냄>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앞서 말했듯 2018년에 <반짝 일어남>을 진행했고, 2019년에 d/p에서 <반짝 흩어짐> 행사를 진행했다. ‘이미지’와 ‘공동체’라는 문제를 다루는 행사로, 장 뤽 낭시나 모리스 블랑쇼의 논의를 가져와서 고민을 풀어보려고 했다.
디디-위베르만은 공동체의 성격이 흩어짐이라고 말한다. 앙리 미쇼의 그림에서 군중은 모두 다른 제스처를 하고 있는데, 멀리서 보면 하나처럼 보인다. 디디-위베르만은 그처럼 공동체는 획일적이지 않고 각자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만 멀리서 보면 하나일 수도 있다고 한다. 블랑쇼가 말한 ‘우정의 공동체’가 반짝의 성격을 드러낸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만나는 순간을 공유하기 위해서 모인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 콜렉티브라고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불렀다. 프로젝트가 없어도 만나는 친구들인 우리가 어떻게 독립적으로 함께 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그 가운데에 우정이 있다고 생각했다. 또한 프랑스 이론을 어떻게 동시대 한국의 맥락에서 다르게 읽을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이론을 최대한 현장 맥락에 부딪혀 보거나 맞춰 보는 식으로 진행하고자 했고, 그냥 단순한 렉처로 받아들여지기는 원하지 않았다.
<반짝 눌러냄>은 2021년에 웹 퍼블리싱 프로젝트로 진행했다. 디디-위베르만은 힘을 가하거나 압력으로 무언가를 짓이겼을 때 빠져나오는 이미지의 양상을 봉기의 제스처와 연결시켰다. 이것을 PRESS의 ‘누름’과 연결시켜서 출판 프로젝트를 만들어보고자 했다. 출판물 <봉기들>은 디디-위베르만이 주 저자였지만, 미술관이 껴있어서 정식 번역을 허락 받기는 힘든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해적판의 형태로 출판해보려 했다. 해적판은 일반적으로 피식민지국의 문화로서 탈식민지적이고 불법적인 태도를 민중 저항의 방식과 연결할 수 있다고 보았다. 당시 공개한 반짝의 웹사이트가 눌러냄의 결과물이라고 보면 된다.
<봉기들> 텍스트를 세 부분으로 나눠서 각자 번역과 교열을 책임졌다. 글의 전문은 일정 기간 동안 업로드 했다가 비공개 상태로 전환했다. 저작권 문제도 그렇고, 공개되었다가 반짝 사라지는 형식이 이 프로젝트에 더 부합한다고 여겼다. 전문을 매우 적극적으로 인용하면서 각자 맡은 부분에서 좋았던 내용을 바탕으로 글을 작성해 업로드했다. 판매하지는 않을 해적판 에디션도 10권 만들었다.
비정기적으로 활동을 진행해왔는데, 매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계기가 있는가?
주요 프로젝트 이외에는 외부에서 강연이나 토크 초청이 오면 참여한다. 2022년엔 서울국제실험영화제에서 초청받아 영화의 엔딩크레딧의 이미지에 대해서 발표했다. 무엇을 다룰지 고민하다가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것을 이미지로 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라깡임상정신분석협회 행사에서도 강의를 했다. 이 협회는 실제 의학 현장에서 라깡의 방법론을 시도하는 임상의들을 모으는 자리였는데 정신분석의 메소드가 미술사 방법론으로서 어떻게 쓰이며, 어떻게 변해왔는지, 임상방법론과 미학방법론이 어떻게 다른지를 보여주는 강의를 진행했다.
여러 기금을 받아 프로그램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기금 지원을 하게 된 배경이나 진행 과정, 기금을 받은 경험을 통해 느낀 장단점 등에 대해 이야기 듣고 싶다.
기금은 실질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서 지원했다. 사용한 기금은 각각 <반짝 일어남> ‘소액닷컴’(서교문화센터), <반짝 흩어짐>은 ‘아르코 청년 예술 지원 비평 부문’, <반짝 눌러냄>은 ‘서울문화재단 리서치’로 기금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다.
구성원들이 모두 미술계에서 일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콜렉티브로 활동할 필요성을 느낀 이유나 콜렉티브 활동의 장점은 무엇인가?
각자 개인적인 일을 할 때도 서로 상황이나 작업을 공유한다. 그러면 서로 피드백을 주는 피어리뷰가 진행된다. 개인 프로젝트에도 많이 도움을 받는다. 프로젝트가 따로 없을 때는 만남의 동력은 우정이다. 우리는 그걸 ‘삶-나눔’이라고 부르는데, 이 나눔의 과정이 큰 위로이자 응원이 된다. 조금 간지럽긴 하지만, 자주 외로운 이 미술계에서 서로를 안식처 삼아서 지내는 것 같다.
반짝은 구성원은 네 명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구성원 변동의 계기는 무엇인가? 추후 또 변동될 가능성이 있는가?
특별히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스터디 모임을 매주 진행했는데 한 분이 개인적인 일로 참석이 어려워져 나간 것이다. 결별하거나 헤어진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간 것이라고 보면 된다. 여전히 문제없이 지내는 사이이다. 애초에 우리는 멤버의 구속력이 있는 모임은 아니다. 앞서 말했듯 우정의 공동체고 활동도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새로운 인원이 들어올 가능성도 딱히 없다. 반짝으로 일을 할 때도 어떤 행사나 활동을 하는지에 따라 일부만 참여하거나, 협업, 분업 등 끼고 빠지고 분담하는 것이 부담이 없고 강제되지 않는 편이다.
오랜 시간 활동하면서, 어려웠던 점이 있는가?
활동적으로 어려웠던 것은 없고 서로가 너무 다른 사람이라는 점이 어려운 점이다. 늘 그렇듯이 오랜 시간 함께 하다 보면 각자의 생각이나 상황을 잘 고려하지 못하는 경우가 온다. 그럴 때마다 싸운다. (웃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 궁금하다.
초청이 오면 받겠지만 반짝의 프로젝트로서 당장에 정해진 계획은 없다. 반짝의 멤버들과 상대적으로 큰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 특히 미술관 소장품 급의 작품들을 독립 공간들에서 다룰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상상하는데, 그런 것들을 관리하고 연결하는 시스템을 포함하여 큰 기획을 함께 진행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