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ainst the Dragon Light 

결성 시기: 2019년 봄

구성원: 이문석, 박유진

활동 지역: 서울을 중심으로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와 온라인

소셜미디어: https://www.instagram.com/against_the_dragon_light/

Against the Dragon Light는 유소윤과 이문석이 2019년 결성하고, 박유진과 이문석이 2019년부터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는 리서치 프로젝트 그룹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 그리고 온라인에서 활동한다. ‘아시아의 네 마리 용(Four Asian Dragons)’이라 불리는 지역의 ‘사회참여예술(Socially-engaged practice)’을 조사하고 관련된 예술가, 기획자 연구자들과 교류한다. 참여 작가를 중심으로 관객이 수강자 또는 적극적인 수행자로 함께 하는 스크리닝, 라운드테이블, 토크, 워크숍 등 프로그램을 기획, 진행하고 있다.

인터뷰 일시: 2022년 7월 30일 오후 8시 

결성 계기가 궁금하다. 

문석 처음에는 현재 ‘라이스브루잉시스터즈’의 멤버이자 독립연구자인 유소윤 님과 함께 활동했다. 2018년에 심소미 큐레이터가 기획한 프로젝트 《환상벨트》에 참여하면서 홍콩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콜렉티브 ‘씨앤지아트파트먼트(C&G Artpartment)’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이 콜렉티브에 대한 리서치를 중심으로 2019년 초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처음 신설된 ‘청년예술교류역량강화’라는 공모사업에 지원을 계획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유소윤 님이 씨앤지아트파트먼트를 포함하여 아시아의 사회참여예술로 조사범위를 넓혀 보자고 제안해주었고,  사회참여예술이 한 사회의 정치경제적 궤적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아시아의 네 마리 용’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 홍콩, 타이완, 상가포르로 범위를 좁혔다. 이후 유소윤 님의 개인사정으로 프로젝트에는 간접적으로만 참여하게 되고, 대신 유소윤님이 비슷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박유진님을 소개해주시면서 현재까지 함께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활동 소개를 부탁드린다. 

문석 Against the Dragon Light는 대한민국, 홍콩, 타이완, 싱가포르의 사회참여예술을 연구하고, 작가와 교류를 도모한다. 팀 이름 중 “Dragon Light”는 아시아의 네 국가를 뜻하는 한편 시위 진압용 서치라이트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해당되는 국가는 권위주의적 정부가 들어섰던 역사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택한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사회 참여적 실천을 하는 작가와 교류하고자 한다. 

우선 연구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문헌 리서치, 해외에서 현지 리서치를 진행한다. 이를 기반으로 퍼블릭 프로그램을 꾸린다. 2019년 10월 국내외 작가를 초청하여 스크리닝, 라운드테이블, 청계천-을지로 투어 등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후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초청 프로그램은 진행하기가 어려웠다. 2022년 8월 중 오랜만에 서울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를 모아 온오프라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계획도 있다. 내년 중 출판물을 내려고 준비 중이다. 지난 2-3년은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직접 교류가 어려워 ‘메일 아트’ 형식으로 작가들이 서로 수집물이나 소장물을 교환하기도 했고, 네 개 지역의 독립 예술공간에 워크숍을 의뢰한 뒤 그 결과물을 서로 교류하기도 했다.

유진 2019년 현지 조사를 했기 때문에 그때 직접 보았던 것들을 서울에서 함께 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팬데믹 이후에는 메일 아트와 같은 형식과 ‘포스트 오피스’ 프로젝트를 통해 교환의 거점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고민했다. 올해는 기술 기반이 어떻게 사회참여예술에 관여하는지 다루려고 한다. 주제를 미리 정해놓은 것은 아니고, 때마다 시의적인 것을 선택하며 활동을 전개했다. 

“사회참여예술”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중심으로 만나 이제는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기반 작가들 간의 교류, 세미나와 스터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확장하여 활동하고 계신다. 이러한 활동의 방향성은 어떻게 자리잡게 되었나? 

유진 독립적으로 전시를 구상하거나 공모를 준비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그러다 문석을 만나 연구가 구체화되었다. 문석과 내가 공교롭게 홍콩에 방문했던 때 홍콩 시위가 시작됐다. 10-30대의 젊은 층이 시위를 위한 전략을 공유하고, 길거리에 밤낮으로 저항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거기서 홍콩 기반 작가들과 함께 홍콩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를 통해 ADL의 활동은 사회참여활동에 대한 정의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들과 대화하고, 서로 연결되어 이 시기에 시급한 문제가 무엇인지 논의하는 방향을 취하게 됐다. 현실에 각자 반응하는 가운데 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공명하는지를 추적하게 된 것이다. 특히 워크숍과 스터디가 나에게 중요한 방법론인데, 뚜렷한 목표를 세우기보다 서로 논의하며 계기를 만들어가는 방식이 잘 맞다고 생각한다.

특정한 주제를 다룰 때 혼자 다루는 것과 함께 다루는 것의 차이가 있는지? 

유진 개인적으로 동서양 문화교류사에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동양 미술에 대한 관심을 기반으로 현대미술에 접근하는 동료를 많이 만나지 못했다. 문석도 마찬가지로 동양철학을 공부했으니 비슷한 접근을 하는 구석이 있었다. 아시아는 피상적이면서도 광범위하고, 타자화된 개념이다. 아시아에 대해 함께 논의하며 아시아의 근대적 형성이나 근대 사회가 규정하는 땅, 이러한 기반이 문화 운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이야기로 쟁점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문석 서로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시너지가 있다. 함께 진행을 하다 보니 리서치의 범주를 흔들거나 방향을 확장하여 재설정할 수 있었다. 

유진 의견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더 탐구하고 싶은 내용이 있기는 하지만 모호하고 불분명한 질문을 서로 나누고, 완전히 다른 의견이 쏟아지는 점이 좋다. 더불어 함께 프로젝트를 하고 있기 때문에 네트워크를 할 구체적인 계기가 마련되는 부분도 있다.

두 사람 각각 역할이 따로 있는지? 지난 3년간 활동하면서 의사 결정은 어떻게 해왔나? 

문석 전체적인 기획과 참여작가의 선정 등은 함께 진행하고, 중간 진행과정에서의 메일링과 행정업무는 내가 진행하며, 줌 미팅이나 현지 커뮤니케이션은 유진이 주로 진행한다. 

유진 각자 잘 하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어서 만족하는 편이다. 굳이 합의하지 않아도 알아서 나눠서 하고, 서로 신뢰한다. 나는 아이디어가 많은 편인데, 문석과 대화하면서 쟁점을 좁혀간다. 확장과 긴축의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주파수가 맞는 순간이 있고, 거기에 기금 지원의 주기가 더해져 구체적인 프로젝트의 형태가 결정되곤 한다. 

각자 미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개인의 활동과 공동 작업 간에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었는지? 

유진 우리 각자의 관심사와 활동이 있기 때문에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여기에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한다. 내년에 네덜란드에 머물게 됐는데, 이 기회에 영국에 거주하는 홍콩 디아스포라를 만나볼 수도 있고. 각자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포용하기 때문에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의 활동을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ADL의 활동에는 전시를 해야 한다는 압박이 없다. 에를 들어 8월에 진행하는 워크숍 하나를 위해 4월부터 작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시작한다. 호흡이 긴 편이다 보니 개인 활동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문석 전시처럼 무를 수 없는 큰 일정이 생기면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다. 그에 비해 만나고 교류하는 활동은 좀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유진 문석과 나 모두 비슷한 배경에서 일을 하기 때문에 서로의 업무 강도를 이해하고 있다. 둘 다 독립기획자이기도 하지만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는 점이 유사하다. 만나면 30분은 서로 한풀이를 먼저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주로 공공 기금을 받았던 것으로 보인다. 활동을 지속하기 위해 기금이 꼭 필요하다고 보는가? 기금 수혜 이외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기반에는 무엇이 있는가?

유진 초반에는 기금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들과 그냥 만나기보다 구체적인 의제를 가지고 시작할 때 대화가 깊어지는 경향이 있고, 그런 기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금이 필요하다. 이제는 독립기획과 기관의 기획이 분명하게 구분되지는 않는다. 아티스트피 지급 등 독립적인 활동도 미술관의 기준을 맞추어야 하기 때문에 기금이 필요하다. 4년차가 된 지금은 부분적으로 기금에 의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출판물 유통 등 기금 외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른 방식으로 네트워킹할 방식을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문석 초반보다 중반에 기금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연구가 된 상태에서 기금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기금을 따기 위해서 공모에 맞추어 준비하는 경향도 있어서 양날의 검 같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이 기금을 통해 문화예술 창작을 육성하는 경향이 있고, 특히 한국은 기금의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에 이 사회에서는 기금 체제를 벗어나서 활동하기가 어렵다. 기금을 배제하지는 않겠지만 국가 기금 수혜가 ADL의 주제나 방향과 모순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다. 

유진 ‘Against’가 아니라 ‘Under’ the Dragon Light가 아니냐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모순을 인지하는 태도를 잘 견지하기로 한다. 단순히 무언가에 반한다는 것을 너머 보다 복잡한 역학 관계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이해하고 활동의 영역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함께, 자발적으로 작업을 하는 동력은 어디에 있는가?   

유진 감동을 잘 받는다. 감동을 받아버리면 답이 없다. 작가랑 대화하다가 너무 좋으면 뭔가 해버려야 한다. 반드시 작가가 아니더라도 네트워킹하는 중에 고민을 나누면서 통하는 순간이 있다. 힘들다가도 회복되곤 한다. 

문석 동감한다. 교류를 통해서 동력을 얻는다. 더불어 수익이 나는 구조가 아니라면 매몰비용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까지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해타산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오래 지속할 수 없으니, 나의 자원을 과도하게 투입하여 몰입하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유진 내가 과몰입하려 할 때, 문석이 균형을 맞춰주는 편이다. 문화예술을 통해 모르는 세계를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ADL이 갖고 있는 주요 질문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 세계에 닿는다는 것 자체가 동력이다. 전시를 만드는 콜렉티브였다면 지금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다. 

앞으로 계획된 활동이 있는지? 

문석 앞으로도 이렇게 가지 않을까? 지금의 속도가 만족스럽다. 

유진 8월 중 워크숍이 준비되어 있다. 각 팀의 관심사가 다르고 흥미로워서 잘 정리해서 홍보하고 아카이브하려 한다. 오랜만에 현장 관객과 함께하게 되어 기대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출판물에 집중하려고 한다. 지금까지 해온 활동이 잘 아카이브되어 있지 않아서 그것을 정리하고 유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3년간 호흡을 맞춰보니 이 프로젝트는 긴 호흡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당분간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다. 네 개 지역뿐 아니라 아시아의 섬도 방문하고 싶고, 디아스포라의 이야기도 연결해보고 싶다. 지역적 경계를 너머 탐구할 수 있는 방향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