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결성 시기: 2019년 6월
구성원: [필진] 김준혁, 김진주, 박선호, 박유준, 이민주, [디자이너] 스튜디오 알음알음(나영선)
활동 지역: 서울
웹사이트: maco.page
소셜미디어: https://www.instagram.com/making.connection/

동시대 예술이론과 현장에 관한 연구 공동체입니다.

인터뷰 일시: 2022년 8월 2일 오후 7:30

마코는 언제, 어떻게 결성되었는가? 

김진주와 박유준이 2019년 여름에 진행한 스터디가 출발점이다. 당시에 둘은 모두 학위논문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논문에 쓰지 못한 내용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는 취지로 만나게 되었다. 처음에는 미술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동시대(contemporary)’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러다 글을 써보자고 의견을 모았다. 마침 김진주의 대학 시절 동료였던 김준혁도 합류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이름을 짓게 되었다. 각자 전공이 달라서 미술 안에서 다른 가지를 뻗어 나간다고 생각했고, 그러면서 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취지를 갖고 있었다. 2020년 6월부터 웹사이트를 만들고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열의가 있어서 한달에 두 개씩 써서 올리자고 했었다. 그러나 그 뒤로는 두 개씩 나온 적이 없다. 

셋이서만 글을 쓰니까 고인물이 되는 느낌이 들고 아쉬웠다. 그게 아쉬워서 새로운 멤버를 섭외하게 되었다. 2020년 6월부터 이민주와 박선호가 새로 합류하게 되었다. 이민주는 당시 다큐멘터리 이미지에 대해 관심이 있었고, 이미지론을 중심으로 장기적인 연구를 할 생각으로 합류했다. 박선호는 독자로 보고 있었는데, 소개를 받아서 글을 쓸 생각이 있냐는 제안을 받았다. 작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중재하는 경험도 중요했어서 그런 활동들에 대해서 얘기해볼 뜻으로 합류하게 되었다. 새 멤버를 받을 때는 서로 다른 전공의 사람으로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전공이 달라야 했던 이유는, 같은 전공이나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이 비슷한 글을 쓸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다른 시선들이 중첩되는 지점이 재미있다. 미술인으로서 한 곳에 고이는 것보다 다양한 얘기를 들어야 동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섯 명이 이상적인 수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다섯 명 이상이면 유지하기 어렵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은 연말에 멤버를 충원할 계획이었다. 새로운 멤버가 들어오면 그만큼 나가야된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치 NCT의 유닛 활동처럼, 총 정원은 늘어날지 모르지만 글을 쓰는 멤버의 수는 적정선을 유지하고 싶다.      

마코는 동시대 예술이론과 현장에 관한 연구공동체라고 소개하고 있다. 마코의 정체성에 관해서 부연 설명 부탁한다.

단일한 정체성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연구자라는 점은 확실한 것 같다. 비평이라는 단어를 의식적으로 쓰지 않은 것도 있다. 학부 때부터 미술이론을 공부한 것이 아니어서 비평이라는 단어는 조금 어렵게 느껴졌다. 그에 비해 연구라는 단어는 가깝게 느껴졌다. 연구는 관점을 가지고 앞선 레퍼런스를 잘 엮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라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 같다.

새로운 멤버의 입장에서 마코는 정체성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점이 흥미로웠다. 각자가 원래 관심있던 주제를 바탕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실험해볼 수 있다는 점, 다시 말해서 고정된 성질이나 정체성이 없다는 점이 좋았다. 비평과 연구 사이에 구성원 간의 이해에는 또 차이가 있다. 비평과 연구에 큰 차이를 두지 않는 멤버도 있다. 연구와 비평 개념에  공통된 기준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마코가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연구 주제가 있는가?

특정 주제로 묶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하나의 주제로 각자 글을 써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매달 플랫폼에 글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으로 플랫폼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가? 

연구와 쪽글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글을 발행한다. 연구의 형태는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의 모습에 가깝다. 분량도 상당하고, 레퍼런스도 많이 담는 것. 하지만 운영을 하면서 무엇이 연구이고 또 무엇은 연구가 아닌지 논의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세 달에 한 번 정도 연구글을 올렸는데, 지금은 한 해에 한 편만이라도 제대로 된 연구를 올리자고 잠정적으로 정했다. 쪽글은 그에 비하면 가벼운 성격의 글이다. 그 즈음에 본 전시에 대한 비평이 될 수도, 신변잡기적인 에세이가 될 수도 있다.           

마코는 각 구성원의 글을 올리는 방식이다. 서로의 주제와 내용에 관여하는가?

공유를 많이 한다. 글감에 대한 공유를 시작으로 초고, 완성본, 편집과 교정교열까지 함께 본다. 서로의 주제에 대해서 왈가왈부 하지는 않지만 글을 꼼꼼하게 읽고 리뷰를 한다. 논리 구조상 문제인 것도 이야기하고, 감상을 나누는 시간도 많이 갖는다.독자의 입장에서 어떻게 읽히는지도 코멘트한다. 그런 코멘트를 반영해서 글의 방향이 전환되기도 한다. 혹은 그 제안을 반박하면서 글의 완성도를 보완한다. 편집 과정에서 오류도 많이 잡아낸다. 글의 주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도 서로 의견을 묻고 조언을 구하기도 한다. 

한 달에 두 번, 주로 2주, 4주 화요일에 만난다. 2주차는 카톡으로 주제만 공유하기도 한다.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피드백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글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는다. 4주차에 완성된 글을 갖고 만나서, 또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그 다음에 편집과 교정교열을 진행한다. 

온라인 플랫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올린 결과물에 대해서 직간접적으로 피드백을 받은 적이 있는가? 

열람 현황 분석 시스템이 있어서, 조회수나 공유 수 등을 측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몇 명이 읽었는지 파악한다. 주변 지인과 동료를 통해서 짧은 말이나 글로 게시물로 의견을 전해듣고 있다. 인스타그램 중심으로 홍보를 하다 보니까, 마코 계정을 태그해서 스토리에 파편을 올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게 작지만 피드백으로 느껴져서 좋다. 

한번은 올렸던 글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그 글을 올리기 전에도 내부적으로 이야기할 때, 문제가 될 만한 논의를 품고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세부적으로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있었지만 큰 틀에서 방향성 자체는 모두가 동의하고 있었다. 글에 관한 내부 논의를 할 때, 교정 단계에서 이민주나 박유준이 많은 부분을 짚는다. 사전에 반응을 한번 짚고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이 좋다. 글을 쓰다보면 ‘이 글을 도대체 누가 읽지’라며 생각할 때가 있는데, 우리는 적어도 4명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지 않은가. 그게 큰 힘이 된다.      

때로는 어떤 글을 토대로 현장 발표 및 세미나를 하기도 한다. 그런 자리에서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듣는다. 잡지에 기고할 수도 없고, 연구소에 들어가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는 주제의 이야기를 자체적으로 만든 커뮤니티에서 이야기를 하니까 해소되는 부분이 있다. 독자층에서도 그런 부분이 궁금했던 사람들이 이어서 청탁을 해오기도 한다. 

추후 물리적 출판물 제작에도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출판물에 관심을 두는 까닭은 무엇이고,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가?

마코의 매체는 웹이지만 보여지는 형태는 오히려 인쇄를 해서 볼 때 더 맛이 나는 형태를 따른다. 그 연장선에서 출판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다. 

출판은 또 하나의 매체를 발굴하고, 우리가 발화한 목소리가 쉽게 잊혀지거나 지워지는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완충 작용을 하는 매체를 개발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마코는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사람들은 텍스트를 pd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주변 지인들이 마코의 글을 출력해서 읽는 경우를 몇 번 봤다. 그걸 기대하면서 마코가 pdf 형식을 유지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 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데는 소유의 욕망도 있는 것 같다. 물질에 대한 탐욕과도 연결되어 있는 게 아닐까. 갖고 싶으니까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러나 다섯 명이 하나의 주제를 갖고 써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 것 같다. 가볍게 책을 만들 기회가 있다면 시도해 보고 싶다. 

항상 인쇄된 형태를 상상하면서 원고 디자인도 하고 웹 레이아웃도 개발했기 때문에 출판을 늘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의 웹사이트는 지인인 그래픽 디자이너가 2021년 6월부터 디자인을 도와줬다. 디자인 수정을 거쳐서 마지막으로 업로드를 한다. 의도적으로 학술지 데이터베이스 느낌이 나는 디자인을 추가했다. 하지만 아직 출판에 대한 실현 계획은 없다. 사실 오픈 스튜디오에서 가벼운 소책자를 만들어 판매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원고를 다시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판매를 했다. 그때 웹에서 보는 것과 출판물로 보는 경험이 그렇게 다르지 않았다. 그래서 실현 가능성이 더 적은 것 같다. 

개별 연구 활동이 아닌 콜렉티브로서 공동 연구 활동을 진행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장점과 단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추후에 구성원을 충원할 계획이 있는지? 

첫 번째는 각자의 열망이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 오래 남고 싶기 때문에 그 동력을 지속적, 주기적으로 이끄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두 번째는 다전공자로 모인 미술 글쓰기 모임이라서 가질 수 있는 강점이 있다는 점. 그간 미술 안에서 폭이 좁은 이야기만 계속 돌려가면서 하는 상황을 많이 보았 고 그런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많았다. 교차 연구, 비교 연구를 생각했다. 미술사를 하는 사람이 예술 정책을 하는 사람의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할 수 있을까를 상상했다. 개별적으로 차이를 지닌 다섯 명이 모인 복합적인 층위가 잘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박유준은 처음에는 유사 아카데미 공동체를 꿈꾸면서 시작했다. 그 핵심은 피어 리뷰다. 동료 평가의 기준이라는 게 맥시멈이 아니라 미니멈이라 생각한다. 일정 기준만 넘으면 우리 커뮤니티에서 발행한 글로 인정을 하는 것. 그게 피어 커뮤니티에서의 리뷰가 가진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의 활동과 콜렉티브 활동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어려움은 없는가?

마코 이전에는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써 보지 않았고, 논문 쓰기에도 익숙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매달 한 편씩 글을 쓰는 게 너무 힘들었다. 그때 6개월 정도 하고, 너무 힘들어서 중단하겠다고 했었다. 그때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셋 다 힘들었다는 걸 깨닫고 형식을 조금씩 바꾸게 됐다. 어려움이 있을 때 같이 해법을 찾아갔던 것 같다.

김진주: 중간 중간에 방학을 갖는다. 1년 정도 하고서 두세 달을 휴재했다. 그리고 새 멤버를 영입했다.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방학이라는 제도로 약간의 휴식을 갖는다.

이민주: 마코에서 쓰는 글이 자발적으로 쓰는 글이고, 돈을 받고 쓰는 글이 아니다 보니 이게 가장 후순위가 된다. 그러면 안 되는데 의무감이 가장 적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하지만 그 때문에 결과물이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해야한다는 의무감에서 쓴 게 아니라 자발적으로 썼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이 남다르다. 

자발적 활동의 동력은 ‘믿음의 벨트’라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믿음이 점점 만들어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글은 가져오고, 올릴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다. 

박선호: 마코 활동이 작업 활동과 어떻게 연결되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작가라는 직업의 특이성 때문인 것 같은데, 작가가 다른 작가에 대해 쓰는 것의 의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 이에 대해 작업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 하곤 하는데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다.

박유준: 마코에서 하는 일과 개인 활동 사이에 간극이 거의 없다. 마코에서 쓴 글이 개인 활동에도 연결이 되어서 전혀 분리가 되지 않는다.

콜렉티브의 일과 개인적인 일이 겹쳐서 힘들 때, 우리가 다섯 명이라는 것이 힘이 된다. 바쁠 때 다른 사람이 순서를 바꿔서 먼저 써주거나 그런 게 가능해서 유지가 되는 것 같다. 그런 배려가 서로에게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운영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충당하는가? 기금 지원 계획이 있는가?

읽고 나서 자발적으로 돈을 지급하는 후불원고료를 생각하고 있다. 지식 노동에 대한 경제적 대가를 마련하는 것도 생각했다. 얼마나 조회수 대비 구매 전환으로 이어지는지 실험해보려고 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기금에 시큰둥하긴 했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겠지라는 마음이 있었다. 기금 지원을 준비하다가 중단한 게, 우리의 정체성을 뚜렷하게 설명할 수 있는 언어, 심사위원을 매혹시킬 수 있는 단어가 없다는 생각에 이르러서 중단하게 됐다. 그리고 기금을 진행하면서 해야 하는 여러 행정적인 부분까지 감당하기가 어려워서 중단했다. 기금을 받으면 해야하는 과정과 결과 보고까지 여분의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데, 그럴 여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한번 기금을 지원한 적이 있는데, 떨어졌다. 이번에 떨어진 이유도 뚜렷한 언어로 설명하지 못한 것과 관련되는 것 같다. 믿음의 벨트를 바탕으로 자발적인 활동을 하는 모임으로 남기로 했다. 

자발적 활동의 동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진주: 마코 활동이 남기는 경제적 이득도 없고, 그저 글을 남길 뿐이다. 미술관에서 일하는 연차가 점점 쌓이면서, 마코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탈출구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을 하면서 할 수 없는 얘기들을 다 할 수 있어서 그게 큰 동력이 된다. 

이민주: 마코의 활동이 내 삶의 규율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삶에 압박감을 계속 부여하는 게 필요하다. 내 삶의 규율을 스스로 만들지 않으면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아서이다. 

박선호: 미술계에서 개인으로 일하다 보면 마치 배틀필드 같아서 각자의 것을 잘 지키는 게 중요한 것 같았는데, 마코에서는 각자의 것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연구 문화, 피어 리뷰를 지키는 것까지 자신의 것을 지키는 것에 포함되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연구 문화에 대한 믿음에서 자발적으로 하는 것 같다. 연구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으로서 더 새롭게 느껴졌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가?

팟캐스트를 시도했던 적이 있다. 각자가 보고 온 전시에 대해서 다섯 명의 입장으로 이야기해보자는 주제를 정했다. 어쩌다 무산이 됐지만 그대로 안 하기는 아깝다고 생각해서 고민하고 있다. 사실 마코 멤버가 글도 잘 쓰지만 말도 재미있게 해서 도전해보고 싶다.

멤버 충원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종종 작가를 영입하는 것도 제안이 오는데, 연구자 콜렉티브를 지향하고 있어서 작가를 정규 멤버로 영입하기는 어렵고, 그외의 프로젝트성 일을 벌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