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이의록
쿠셔닝 어택
Cushioning Attack
정민지 나혜빈
2023. 3. 30. – 4.23. (오프닝: 3. 30. 오후 5시)
오후 1시 – 7시 (월요일 휴무)
YPC SPACE (서울시 중구 퇴계로 258 4층)
주최 및 협력 기획: 옐로우 펜 클럽(YPC)
포스터 디자인 : 이재석(groff)
좌대 제작 : 최지수
《쿠셔닝 어택》은 나혜빈과 정민지가 서로의 작업에 물질적, 정서적, 상징적으로 침투하는 장면이다. 정민지는 상처나 흉터를 취약성의 발현이 아닌 존재가 세계를 만나는 접면으로 이해하고, 공격에 맞서 의연하게 버티는 존재를 형상화한다. 취약한 부분을 관통하는 피어싱의 가학성은 켈로이드라는 흔적으로 남아 의연한 피부의 견딤을 상징한다. 나혜빈은 강한 신념이 유약한 대상에 담기는 역설적 상태에 주목한다. 깊은 소망을 담아 연약한 종이로 만들어진 종이배, 종이학, 종이별을 물이라는 취약한 상황에 노출시킴으로써 가중된 연약함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위험에 처하는 존재를 제시한다.
신체의 가장 바깥에서 피부는 모든 것을 감각하느라 쉽게 벗겨지고 트고 염증이 생긴다. 피부는 연약하지만 의연하다. 정민지는 피부를 찌르고 정성스레 치료하지만 그것은 상처를 없애 매끄러운 피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울퉁불퉁한 흉터 위에 애착과 정성을 부여하는 일이다. “상처를 고쳐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어. 매끈한 피부에서는 이미 매우 멀어졌어.” 시간 안에서 그것은 단단하고 굳건한 켈로이드로 자리매김한다.
종이로 만든 것은 쉽게 구겨지고 찢기고 젖는다. 종이는 취약하지만 소망과 응원을 담아 만든 종이 사물에는 단단한 마음이 응축되어 있다. 나혜빈은 젖어 버린 종이, 상처 입은 피부를 부드러운 손길로 쓰다듬으며 응원한다. “금색 글리터와 하트, 별 모양 글리터로, 아문 상처를 따라 살결을 쓰다듬는 손길을 그려야지.” 종이는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물을 만나 흐물흐물해질 것을 받아들이고 대비한다.
그들은 신뢰와 애정을 보호구 삼아 상대의 세계를 관통하고, 찌르고, 반격하고, 뒤덮는다. 석고 칼날이 종이배를 찌르고, 금속 봉이 종이학을 관통하며, 상처난 피부에 이미지가 덧붙는다. 공격을 받아도 의연하거나 가까이 다가가지 않아도 이미 헛점을 노출한다. 이러한 두 작가의 얽힘은 공격적인 보살핌과 상처를 입은 온전함이라는 역설적인 협업의 한 가능성을 상기한다.
정민지의 은빛 금속체와 나혜빈의 무색투명한 물의 만남은 실온에서 액체 상태인 유일한 금속으로서 수은이 된다. 금속과 물, 견고함과 유연함, 은색과 흰색, 울퉁불퉁함과 매끈함의 얽힘은 액체 금속이라는 독특한 상태로 형상화된다. ‘관통하기’, ‘찌르기’, ‘봉합하기’, ‘찬미하기’와 같이 동사의 형태로 나타나는 서로의 침투는 명사로 존재했던 각각의 작업을 이어서 하나의 문장이 되게 한다. 그렇게 둘의 만남은 서로에 대한 침투이자 공격이며, 동시에 완전한 하나의 장면이 되는 포개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