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꺼림칙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미적 경험으로부터 이야기하기

[YPC LECTURE]
귀여운, 꺼림칙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미적 경험으로부터 이야기하기

강사: 윤원화
일자: 8/5, 8/12, 8/19
시간: 월요일 저녁 7-9시 
정원: 20명
참가비: 무료
*본 강의는 3회차로 구성되며, 전 회차 참석이 가능한 분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 이 강의는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공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강의 소개
미술 전시에 관한 말들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수 있을까요? 미적 경험은 흔히 ‘말을 멈추게 하는’ 감동의 순간과 동일시되지만, 미국의 문화 이론가 시앤 나이(Sianne Ngai)는 오히려 그 잠깐의 침묵 이후 ‘입이 터지는’ 방식에 주목합니다. 미적 경험에 관한 이야기는 미적 주체로서 우리의 역사성과 공통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의 입은 자주 조개처럼 다물어지고, 아마도 그 닫힘 또한 우리가 풀어야 하는 수수께끼의 일부입니다.

이 강의는 최근의 미술에서 모호하게 애호되었던 어떤 부류의 귀여운 것, 꺼림칙한 것,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것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 흐릿한 미적 경험은 미술의 가치에 대한 우리 자신의 의심, 소망, 기대와 공명합니다. 미적 판단과 가치 평가가 뒤엉키는 곳에서 경로를 탐색하는 몇 가지 패턴들이 있습니다. 귀엽고 꺼림칙하고 위치를 특정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은 종종 붙어 다닙니다) 가치 증명의 요구를 회피하고 반사하면서 계속 움직입니다. 목적도 아니고 수단도 아닌 그 미묘한 상태가 지속되고 전환되고 파열되고 다시 재개되는 궤적을 따라가 봅니다.

강의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우리의 미적 경험을 그 고유한 불확정성 속에서 온전하게 말로 옮기는 것, 그리고 인류학적, 생태학적,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가치 이론을 갱신하려는 시도들과 접속시키는 것입니다. 가치를 증식하고 축적하는 의무를 벗어나 무엇이 가치 있는지 스스로 결정하는 자유를 가진다면, 우리의 움직임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요?

1주차: 말할 수 없는 귀여움

  • 최근 미술에서 나타나는 미학의 귀환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시앤 나이의 미학 이론을 소개하고, 그것을 한국 동시대 미술에 적용할 때의 어려움을 검토합니다. 미술의 무력함에 대한 귀여움과 짜증 사이에서 진동하는 미술의 계열들을 되짚어보고, 그 연장선에서 권동현x권세정의 <러브 데스 도그 시티>(2021-24)에 등장하는 로봇을 비평합니다.

2주차: 꺼림칙한 필름 

  • 귀여움의 이면에서, 살아 있었던 것이 가치의 재료로 가공되는 것의 꺼림칙함을 ‘기계 되기’의 욕망을 통해 살핍니다. 티에리 드 뒤브가 도식적으로 요약하는 20세기 미술사를 따라 자본주의 리얼리즘의 유형들을 분류하고,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 물리화학적 필름으로 변모하려는 환상의 한 사례로서 박보마의 <물질의 의식>, <베이비>(2023)를 읽습니다.

3주차: 정체불명의 발자국 

  • 앞의 논의를 종합하여, 가치의 매개체로 환원된 사물과 비사물들의 순환 속에서 미술 작품과 작가의 불확정적 운동을 재검토합니다. 정지현이 <가우지>, <행도그>(2023, 24)에서 조성하는 조각적 극장을 교육 자료 삼아, 가치 창조와 실현을 변형 능력과 연관 짓는 경제학적, 인류학적 가치 이론을 미술의 맥락으로 가져옵니다.

강사 소개: 윤원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시각문화 연구자, 비평가, 번역자. 저서로 『껍질 이야기, 또는 미술의 불완전성에 관하여』, 『그림 창문 거울』,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등이 있고, 역서로 『사이클로노피디아』, 『포기한 작업으로부터』, 『기록시스템 1800/1900』 등이 있습니다. 부산비엔날레 2022에서 온라인 저널 『땅이 출렁일 때』를 편집했고,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2018에서 〈부드러운 지점들〉을 공동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