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C LINK] 파라-포밍 Para-Forming

사진: 이의록

영상: 손주영

[YPC LINK]

《파라-포밍》 Para-Forming

김민영, 양희윤, 이예원

2026.2.4.–3.1.
YPC SPACE

화–일 11:00-19:00(월요일 휴무)

어드바이저 윤율리, 권정현
주최 옐로우 펜 클럽

YPC와 외부 기획자가 협력하여 진행하는 정례전 YPC LINK의 첫 전시 《파라-포밍》은 작가와 작가가 다루는 매체·형식 사이의 긴장을 관찰한다. 매체-형식은 흔히 내용을 담는 그릇으로 이해된다. 그릇으로서의 캔버스는 이미지가 안착하는 바탕이고, 덩어리는 형태를 지탱하는 구조이며, 사물과 상황을 엮은 설치는 인식의 안팎을 잇는 인터페이스다. 그런데 때로 이 환원은 작가의 자의적인 선택만큼이나 각 재료에 부과된 독립적인 원칙을 드러내는 것처럼 보인다. 《파라-포밍》은 이러한 두 자율성이 작품을 통해 결정지어지는 순간에 주목한다. 작가들이 바탕을 이용해 이미지를 축조하고, 구조를 형태의 근거로 삼고, 인터페이스를 설치의 표피로 감각할 때, 작품의 조형은 어느 한 쪽의 일방적인 힘을 따르지 않고 각각의 자율성 곁(Para-)을 맴돈다. 이렇게 상충하는 여러 규칙과 선택이 조율된 결과는 작가와 재료·물질 사이에 벌어지는 흥미로운 상호작용을 드러낸다.

김민영은 캔버스 평면에 얽힌 회화의 규칙을 공간에 관한 프레임워크로 상상한다. 특정한 장면을 그릴 때 수반되는 선택을 화면이 만들어지기 위한 근거로 채택하려는 시도는, 역방향의 형식 탐구로서 실내 장식과 인테리어를 그린 근작에서 더 구체적으로 가시화된다. 작가는 자신이 수집한 오브제와 장면을 무한히 증식하는 ‘백룸’으로 소환하는데, 타일, 서랍, 진열장, 계단, 장식용 오브제의 반복되는 구조와 패턴, 방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거리감, 무한히 팽창할 것 같은 다면체가 회화 내부에 또 하나의 ‘방’을 만든다. 그는 이것을 “공간을 인식하는 실패”의 연속과 갱신이라 부른다. 즉 그에게 방을 그리는 일은 회화가 방이 될 수 있는 조건을 찾아가는 일과 같다. 이 과정에서 발견되는 미세한 유격은 “그때의 충동이 지금의 붓질로 발생하는” 회화의 특성 속에서 작가가 인식하는 시간의 간격이기도 하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김민영은 《Fin in Vein》(2026, 유영공간)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이예원은 재료를 절단·접합·열처리하는 공정을 거쳐 조각의 속성과 형태를 동기화한다. 먼저 철판을 편의에 따라 절단한 뒤 용접으로 이어붙이고, 파편 사이의 유격에 또 다른 파편을 끼워 넣거나 그 공백을 접지의 조건으로 삼아 형태를 잡는다. “면의 결합이 부피를 일으키는 방식”으로 “헐겁게” 윤곽을 얻은 철판은 열과 냉각이 반복되는 동안 특정한 자세로 굳어진다. 그의 조각은 용접 비드, 그라인딩 자국, 녹, 찢김과 재생이 반복된 흉터를 자신의 껍질로 수용하며, 음의(negative) 유격과 공백을 양분처럼 섭취한다. 작가에게 조각을 완결하는 일은 매 순간 작품이 설 수 있는 최적의 상태로 조각을 진화시키는 일과 같다. 전시실에서 ‘다리’를 뻗고 자라나 특정한 자세를 취한 조각은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서식지에서 스스로 지면을 딛고 선 미상의 생물체를 연상시킨다. 한예종에서 조형예술 예술사와 인터미디어 전문사를 전공한 이예원은 《pooloopooloop》(2025, 씨스퀘어), 《뉴NEW》(2025, 아트스페이스3)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

양희윤은 목탄을 비롯한 건식 재료, 비침과 말림이 있는 얇은 종이, 우연히 주변에 편재하는 작은 사물과 구조물을 통해 드로잉을 전개한다. 그의 작업은 일차적으로 재료의 특성을 반영해 형상을 만드는 일이지만, 명확한 연결고리 없이 선택된 미상의 재료를 투명하게 가공하고, 이를 다루는 신체를 재료에 개입시키는 활동이기도 하다. 트레이싱지는 원래 무언가를 옮기거나 겹치기 위해 쓰이는 재료다. 반투명한 막과 같은 표피에 얹힌 목탄 가루는 주변의 광원과 배경을 끌어들이며, 표면에 각인된 움직임과 표면 너머의 환경을 혼합한다. 이러한 ‘트레이싱’의 과정에서 그는 “사물과 구조, 공간으로 확장”되는 몸을 느낀다. 재료와 신체가 섞였다가 점차 휘발하며 투명해지는 이 감각은 작가가 여성으로서의 신체적 경험을 통해 외부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과 연결된다. 성균관대학교와 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한 양희윤은 《피부 아래 살기》(2025, 아카이브스페이스 전시장), 《Perennial Inspiration》(2024, 부평아트센터 갤러리 꽃누리) 등의 전시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