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본 Never Born

네버 본(Never Born)
2023.11.18.—11.30.
1 PM—7 PM (휴관일 없음)
YPC SPACE (서울시 중구 퇴계로 258 4층)

참여작가: 강병찬, 우지영, 유대림, 임예은, 장은비, 황유윤
기획: 유현진, 윤율리
프롬프트 디자인: 오로라(AURORA)와 민구홍 매뉴팩처링
주최 및 협력: 옐로우 펜 클럽(YPC)

《네버 본(Never Born)》은 표준적인 오늘의 미술을 생각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것은 미술의 자기참조적 갱신이 종료되었다는 믿음, (미술 현장에서) 종결과 종말로 향하는 질서에 혼선을 일으키는 회귀, 복고, 환생의 유행을 비약하는 말이기도 하다. 사건, 경험, 아끼는 사물, 자신의 내면 등을 구체적인 대상으로 직면하는 6인의 참여작가는 닮음, 환영, 표현 사이의 어딘가를 방황하는 재현의 당위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고안한 한계 위에서 작고 사소한 질문을 반복하려 한다.
강병찬(b.1997)은 본인의 자족적인 경험이나 그와 유사한 대리 경험을 드로잉한다. 이 드로잉은 경험에 대해 자신이 인식한 첫 심상을 원본에 가까운 날것이라 상정하고 그 형태를 규칙적으로 기록한 것이다. 때로 작가가 몰두하는 드로잉은 회화가 되지 않으려는 회피의 결과이자 매체적 순수함을 가장한 증거와 같은 수단으로 양면성을 드러낸다. 우지영(b.1996)은 실제 삶의 바탕이 되는 도시 구조와 그에 상응하는 주거 형식, 건축물과의 관계에서 비롯한 감각을 특정 형태의 구조물로 치환한다. 그의 작업은 추상성과 기념성을 띤 역사적 조각의 형태를 본뜨며, 그럼에도 내부가 투과되는 조각으로 ‘잘못’ 뒤집혀 있다. 이 구조는 작가의 사적 공간에서 의도치 않게 발생한 사실─창문 너머로 우연히 목격한 이웃의 사생활, 블라인드로 가린 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 등과 연관된다. 유대림(b.1995)은 자연사박물관을 찾아 견학하고 그곳에 전시된 동물 화석과 모형을 관찰해 사진으로 기록한 뒤, 극단적으로 명도와 대비를 조정한 이미지를 캔버스 위에 그려낸다.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은 대부분 실리콘 등의 재료로 실물을 재현한 모형이다. 작가는 어느 순간 이 물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수천/수만 년의 시간이 누적된 과거의 유산으로부터 느낀 낭만과 신비를 기이한 실증적 태도로 전환하게 되었다. 임예은(b.1997)은 자의식과 무의식, 상황과 배경이 충돌하는 회화 표면의 표현을 전통 미술의 재료와 방법론으로 복사하는 데 관심이 있다. 주름과 결이 만들어지는 규칙, 그러한 천 재질과 질감의 모사, 원근법적 왜곡과 색면이 교차하는 구성으로 자신의 회화적 욕구를 해소하며, 작가로서 인식한 실체를 자율적으로 파악하고 그리는 것에 주력한다. 장은비(b.1997)는 아이돌 앨범의 콘셉트 아트와 화보 이미지 속에서 아이코닉한 인물상을 찾아내고, 그것을 장식하기 위해 시각문화 산업이 키치하게 변용한 회화 도상─날개, 별, 화살 등의 요소를 발굴해 한국화 기법 속에 녹여 낸다. 작가는 올드팝 앨범 커버와 최신 케이팝 스타일, 낡은 그래픽 인쇄 기법과 젊은 소비층에 유행하는 특정 툴의 사용이 확연히 대비를 이룬 이미지를 통해 자신의 미감을 자유롭게 영속화한 회화를 제작한다. 황유윤(b.1999)은 자신이 수집한 빈티지 소품, 가구, 장난감 등을 최소한의 윤곽과 색으로 흐트러뜨린 이질적인 정물화를 그린다. 여기서 바탕이 되는 것은 사물의 내외부를 한계까지 몰아붙여 측정하고 들여다보며, 궁극적으로 그것을 완전히 소장하거나 통제하기를 바라는 깊은 애착 또는 유대의 심리다. 이때 작가의 손과 시선은 엑스레이, 열화상 카메라 같은 영상의학 장비처럼 작동한 끝에 사적이고 내밀한 분더캄머를 탄생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