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PC LECTURE] 온실의 역사와 문학적 재현
강사: 윤경희
일자: 12/13, 12/20
시간: 금요일 오후 7-9시
정원: 20명
참가비: 3만원
*본 강의는 2회차로 구성되며, 전 회차 참석이 가능한 분만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 강의는 2024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산실(공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강의소개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에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애도하며 오래된 사진 한 장을 언급합니다. 19세기 말 다섯 살의 어린 어머니가 고향집의 온실에서 두 손을 모으고 선 사진은 타인이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을지라도 바르트에게는 찔린 듯한 상처를 야기하는 이미지로서 각별한 가치를 지닙니다. 여기서 생겨나는 추론과 호기심이란 19세기 말 유럽에서 온실이 평범한 농가의 부속물일 정도로 흔했다면, 그 기원과 확산의 맥락을 재구성해 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온실은 고대 로마에서 오이 재배용 이동식 장치로 처음 고안되었고, 근대에 이르러 유럽 각국이 아메리카와 교역을 시작하면서 이국의 희귀 식물들을 채집하여 보존하는 방편으로 본격적으로 건설되었습니다. 온실의 주요 자재인 철골과 판유리는 산업 혁명 이후 대량 생산되었고, 따라서 프랑스의 경우 온실과 아케이드는 동시대적 도시 풍경에 속합니다. 1820-1830년대 아케이드의 상점들에서 프랑스 국내의 신상품은 물론 북아프리카의 이국적 수공예품이 궂은 날씨를 피해 유리 지붕 아래 모여든 산책객을 반겼다면, 온실에서는 열대 식물들이 유럽의 냉기를 피해 모여 희부연 습기 속에 인공 낙원을 구성한 것입니다.
온실은 자연과 인간 기술, 식생과 인공 기후, 제국주의와 식민 지배, 식물의 과학적 탐구 보존과 상품화, 도시 계획과 시민의 여가, 자연의 생물학적 시간과 덧없는 유행 등 근대 이후 정치, 경제, 문화, 과학에서의 여러 담론과 실천이 교차하는 지점으로서, 구체적 역사를 지니고 현실에 실존하는 장소이자 환상을 생성하고 투사하는 꿈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온실은 결정적으로 인간이 기후와 생태를 자의적으로 설정하고 실험하는 장소입니다. 따라서, 인류의 과도한 산업 활동과 자원 착취의 결과가 누적되어 지구 가열화와 기후 위기가 발생하고 있는 이 시대에, 온실의 자취를 추적하고 해석하는 일은 우리의 현재를 반성하면서 또한 자연에 대한 새로운 태도와 실천을 모색하고 상상하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회차별 계획
1주차: 온실의 역사(12/13)
- 17-19세기 유럽 온실의 역사를 도판과 함께 연대기적으로 훑어봅니다. 난온대 아시아와 열대 아프리카의 과실을 유럽에서도 소비하려는 욕망에 따라 고대로부터 인간과 식물이 함께 이동한 경로를 추적하고, 근대에 이르러 식물에 인조 기후를 제공하기 위한 건축의 기술적 발달 과정을 살펴봅니다.
2주차: 온실의 문학적 재현(12/20)
- 19세기 중반 중산층이 성장하면서 식물원과 공원의 공공 온실은 시민이 여가 생활을 즐기는 풍경의 일부로 들어오고, 개인도 가정에서 베란다 온실을 꾸미고 식물을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에밀 졸라의 『쟁탈전』, 조리스-카를 위스망스의 『거꾸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꽃 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등 근현대 소설에서 온실의 재현을 이야기해 봅니다.
강사소개: 윤경희
문학평론가. 비교문학 연구자. 산문집 『그림자와 새벽』과 『분더카머』를 쓰고, 앤 카슨의 『녹스』를 비롯하여 그림책과 그래픽 노블 몇 권을 번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