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5th Floor 

The 5th Floor는 2020년 2월 도쿄에서 개관한 대안공간이다. 과거 한 기업의 직원 기숙사로 쓰던 건물 5층에 자리 잡은 이 공간은 세 개의 방과 발코니를 활용하여 큐레토리얼 중심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국내외 큐레이터를 초청하여 큐레이터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자체 기획 및 초청 기획 전시, 워크숍 등을 진행한다. https://the5thfloor.org/ https://www.instagram.com/t5f.tokyo/

토모야 이와타
토모야 이와타(b.1995, 아이치, 일본)은 도쿄예술대학 글로벌 아츠 대학원에서 석사를 졸업하고, 현재 큐레토리얼 공간인 The 5th Floor의 대표 디렉터다. 큐레토리얼의 역사를 연구하며, 전시 만들기를 통해 인간 존재를 너머의 타자를 이해할 수 있는지 탐구한다. ‘la chambre cocon’ (Cité internationale des arts, Paris, 2023)와 ‘between / of’ (2022, The 5th Floor) 등을 기획했다.

토크: 도쿄의 대안적인 예술 현장: 공간에서 실천으로

2023년 11월 15일
장소: YPC SPACE

YPC: 안녕하세요. 오늘 토모야 이타와의 토크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옐로우 펜 클럽에서 연간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인 <콜렉티브: 확산하고 연결되는 공동체>의 일환으로 준비된 이번 토크는 도쿄의 ‘The 5th Floor’라는 독립 미술 공간을 운영하는 토모야 이타와를 초청했습니다. 작년부터 서울과 다른 도시에서 콜렉티브로 활동하고 있는 팀들에 대한 리서치를 지속하고 있는데, 그러던 중 알게 된 ‘The 5th Floor’는 우리와는 매우 다른 맥락의 미술생태계에 속해 있으면서 독립적인 큐레토리얼 공간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함께 배워가면 좋은 공간이라 생각했습니다. 나아가 공간의 대표인 토모야 님은 도쿄 및 다른 아시아 도시의 콜렉티브와 독립공간에 대한 리서치를 지속해왔기 때문에 오늘 그 리서치 내용을 공유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토모야 님의 발표를 듣고, 저희와 대화를 나누고, 또 객석에서 질의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TI: 소개 감사합니다. 이렇게 서울에 와서 토크를 하게 되어 무척 기쁩니다. 저는 토모야 이와타이고, 도쿄에서 독립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The 5th Floor의 대표를 맡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도쿄예술대학 글로벌 아츠 대학원에서 큐레토리얼 실천을 전공했습니다. 이 학제는 2016년도에 생겼는데, 한국에도 큐레이팅과 관련된 학과가 있는지, 그 역사는 어떤지 궁금하네요. The 5th Floor는 단순히 미술 전시 공간이라기보다 큐레토리얼 실천을 위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제도권을 벗어난 대안 공간에서의 큐레토리얼 실천에 관심을 두고 활동해왔는데, 대안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The 5th Floor에서 진행한 큐레토리얼 프로젝트를 먼저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The 5th Floor는 2020년 2월에 도쿄에서 개관한 대안 공간이고, 그 이름처럼 건물의 5층에 있습니다. 건물은 예전에 한 기업의 직원 가숙사로 쓰였는데, 그 중 한 층에 있는 세 개의 방과 발코니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자체기획을 하기도 하고, 국내외 큐레이터를 초청하기도 합니다. 2022년 제가 “Between / Of”라는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로니 혼(Roni Horn), 아네스-카레닌(Anais-karenin), 수미레 미야자키(Sumire Miyazaki), 케이 무라타(Kei Murata), 토모코 소바지(Tomoko Sauvage)가 참여했습니다. 

«Between / Of» 전시 전경 

이 전시에서 함께 했던 아네스-카레닌의 개인전 «Things named [things]»도 열렸습니다. 도쿄와 상파울루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로, 서로 다른 배경의 하이브리드적인 성격이 작품에도 잘 드러납니다. 이질적인 맥락이 만남이 The 5th Floor의 방향성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어요. 작품에 유기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흥미로웠어요. 전시로만 끝난 것이 아니라 에마누엘레 코치아(Emanuele Coccia)를 초청해서 아티스트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펜데믹 중이었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진행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전시를 활성화했던 중요한 순간이었습니다. 

«Things named [things]» 전시 전경

매년 진행하는 “Annual Break”라는 프로젝트도 있습니다. 대도시의 미술계는 쉴새없이 작품을 만들고 전시를 올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데, 이러한 조건을 적극적으로 살펴보기로 한 거죠. 매년 3명의 동료 작가와 함꼐하는데, 각 작가에게 할당된 전시 기간은 아주 짧고 집약적으로 진행됩니다. 

타이치 모리야마, «LAND MADE», 2022
코이치 미쓰오카

오늘 전부 다룰 수는 없지만 다양한 전시와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물을 출판물로 발간하고 있습니다. “ANNUL BOOK”이라는 제목으로 매년 발간하고 있습니다. 오늘 가져왔으니 관심이 있으시면 한번 살펴보세요. 

뿐만 아니라 큐레이터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국제적인 차원에서 교류를 도모하기도 하고, 다양한 큐레토리얼 실천을 이 공간에서 실현해보고자 합니다. 더불어 동료 독립 큐레이터들이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프로젝트 “This Useful Time Machine Tokyo”에 참여하기도 했어요. 큐레이터 제이슨 웨이트가 시작했고, 일본 곳곳에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가 네트워킹을 하는 기회가 되었죠. 이미 알고 지낸 동료도 있었는데, 서로의 기반과 자원을 교류하며 협력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This Useful Time Machine Tokyo” 프로젝트 미팅 장면 

그렇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더 구체적으로는 도쿄의 대안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요? 일본과 한국의 상황은 매우 다른데, 도쿄의 대안 공간에 대한 연구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특히 2000년대 이후의 대안적인 현장을 다룬 논문은 아예 없고, 최근 진행되는 연구는 대체로 90년대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의 공백이 있기 때문에 2000년대 이후, 그러니까 동시대 대안 공간을 적극적으로 다루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연구를 진행하기에 분명한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보통 대안적인 공간은 전시 기간들이 짧고 또 많은 일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다 보니까 참조를 하고 싶어도 이런 자료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논문을 쓰는 입장은 아니니까 여러분들께 해당되는 공간들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알려드릴 것은 일본 전체를 대변한다기보다는 도쿄에 대한 이야기이고 지역별로 전부 다른 지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곳은  상황이 다를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채택하고 있는 방법론은 어떤 역사적인 연구를 한다기보다는 실제로 현장에 있었고 실천을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대안 공간은 도대체 어떻게 정의를 해야 될까요? 대안 공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 굉장히 드문데 그중에 한 분이 대안 공간에 이렇게 정의를 한 바 있습니다. 대안 공간이란 비영리 단체 혹은 개인들이 현대적인 미술을 만들고 이제 전시하는 것인데 그 공간은 버려진 창고라든지 거주 공간이라고 정의를 한 바 있고 그 정의를 따르도록 하겠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이제 한 개인이라든지 작가들이 만든 공간도 포함이 되겠지만 훨씬 더 큰 규모의 지자체가 만들었거나 아니면 비영리 단체들이 만든 것 또한 포함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정의에 의한 대안 공간이 서구 사회에서 70년대에 많이 적용이 됐었는데요. 그래서 우리가 알고 있는 MoMA의 PS1도 사실은 이런 종류의 대안 공간에서 시작이 되어서 점차 제도 공간으로 정착을 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정규적인 지자체의 지원금을 받지 않는 공간들을 위주로 주목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른 정의도 있는데요. 비평가 후쿠즈미(Fukuzumi)라는 분은 “대안 공간은 어떤 범주화할 수 있는 특정한 공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계속되는 움직이는 어떤 힘에 가까운 것이다”라고 정의했습니다. 이 정의에 따르면 대안 공간은 물리적인 공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현장이기 때문에 저는 이러한 현장 중심적인 부분에 주목을 해서 대안 공간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정의하는 대안 공간의 특징은 이렇게 세 가지인데요. 하나는 작가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공간이자 실천으로서, 미술관, 아트센터, 상업 갤러리에 대해서 대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두 번째로 저는 지자체에 의해서 혹은 비영리 단체에 의해서 운영되는 곳을 포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자체의 정규적인 지원금을 받지 않는 곳에 더 주목하고자 하는 것이고요. 세 번째는 실천 혹은 플랫폼이 새로운 상황들을 만들어내고 조금 더 첨단에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대안 공간이라고 했을 때 함께 운영하는 공동 스튜디오라든지, 아뜰리에 같은 작업실 공간을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텐데 저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것으로서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런 작업 공간은 우선 포함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대안 현장은 왜 필요한가? 도쿄에는 6개의 주요 미술대학이 있고 매년 저 같은 미대 졸업생이 만 명씩 나오고 있습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쏟아지는 졸업생 수에 비해서는 제도권 공간에서 이러한 젊은 작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는 것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안 공간, 대안 현장이 정말 필요한 것이고 이 작가들은 너무나도 자신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이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뤄야 될 텐데 그 전에 도쿄의 대안 공간의 계보를 다뤄보고자 합니다. 

Sagacho Exhibit Space (1983-2000), Röntgen Kunst Institut (1991-1995)

지금 보시는 두 군대가 2000년대 이전에 있었던 많은 대안 공간 중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두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사가초 엑지빗 스페이스(Sagacho Exhibit Space)은 1983년부터 2000년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열려 있었고, 뢰트겐 쿤스트 인스티튜트(Rötgen Kunst Institut)는 1991년부터 1995년까지 조금 더 짧은 기간 활동을 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요즘에는 이 시대의 활동을 역사화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그래서 2020년에는 군마 현대 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Gunma)이라는 곳에서 사가초 엑지빗 스페이스에 대한 회고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2022년에는 사가초의 디렉터였던 카조코 코이케(Kazuko Koike)의 실천을 다루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한편 젊은 연구자 모에카 스즈키(Moeka Suzuki)는 뢰트겐 쿤스트 인스티튜트에 관한 리서치를 바탕으로 그 당시에 있었던 일들을  추적하는 진(zine)을 계속 만들고 있습니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 초를 살펴보겠습니다. 아트센터 온고잉(Art Center Ongoing)이라는 곳이 2008년에 열렸는데 갤러리 겸 카페로 운영되면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려고 했습니다. 이 공간의 디렉터는 동남아시아 쪽에 대한 공간을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은 2003년에 오픈한 아마추어 라이엇(Amature Riot), 일본어로는 Shiroto no Ran이라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전시 공간이면서 재활용 숍이기도 했는데요. 미술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더 무질서한 매력이 있었고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코엔지라는 도쿄의 한 지역의 인프라 같은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방금 소개해드린 두 공간의 공통점은 어쨌든 공간이었고 사람이 모일 수 있었고 그 모이는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어떤 프로젝트라든지 어떤 움직임들을 만들어 가려고 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방금 보여드렸던 공간이나 움직임들에 대해서는 제이슨 웨이트(Jason Waite)가 이플럭스에 기고한 글이 있으니까 관심 있으시면 한번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파라조미아(para-zomia)라는 개념을 썼기 때문에 그걸 검색해 보시면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요즘 이야기인 201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의 도쿄 신을 다룰 때 저는 세 가지 관점을 견지하고 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는 어떻게 공동체를 만들 것인가의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화이트 하우스(White House)는 팬데믹의 한가운데에 있었던 2021년 4월에 열었던 공간입니다. 지금은 더 이상 도입하지 않고 있는 제도긴 한데 이 공간에서는 이 특정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게 하는 어떤 입장의 시스템이 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그냥 정말로 진정으로 보고 싶어서 같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오는 사람과 그냥 둘러보는 사람들을 조금 구별을 하고 그렇게 함으로써 조금 더 건강한 담론을 만들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 가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습니다. 

(a) place to be naked는 2022년 4월에 열었고, 공간 이름을 일본어로는 다지주(脱衣所, datsuijo)라고 하는데 이 다지주라고 하는 거는 이제 목욕탕에 들어가기 전 옷을 벗는 곳, 탈의실이라는 뜻이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공간으로서 뭔가 자기가 쥐고 있는 것을 조금 벗어 던지고 사적인 공간과 공적인 공간 그 사이에 있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보려고 했던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제가 운영하는 the 5th floor 근처에 있는 공간이긴 한데요. 사실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찾아가기 쉽지 않습니다. 상영회 등의 행사를 하기 때문에 가고 싶으실 텐데 가려면 먼저 DM을 보내가지고 주소를 알아내야 합니다. 또한 이 공간은 주로 페미니즘, 퀴어 등 예민할 수 있는 담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ONA project room은 2021년 5월에 연 공간으로, 폴란드 작가가 도쿄에 와서 만들게 된 공간입니다. 운영자는 자신이 외국인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들과 연결될 기회가 없기도 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와서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이 공간을 열었다고 합니다. 이 공간은 주택가에 위치하다 보니까 지역 공동체와 연결이 되어 있어서 미술과 전혀 상관없는 아주머니가 오셔가지고 한참 대화를 나눈다든가 그런 일들이 종종 발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곳을 공간이라고 정체화하는 것을 반기진 않고, 그 자체로서 하나의 프로젝트로 받아들여지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공간은 미술과 페미니즘에 집중하는 곳이고, 또 오나(ONA)라는 말이 폴란드어로 여성형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고 일본어로도 여성을 뜻하는 것이라서 아마 그런 의미에서 이름을 지었을 것 같습니다. 아쉽게도 이 공간은 지금은 이렇게 활발하게 운영이 되고 있지 않은데요. 왜냐하면 운영자 작가가 혼자 다 하고 있고 그것 말고도 작업을 해야 되기 때문에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오쿠보 우고(Shin-okubo Ugo)는 2020년 10월에 열린 공간입니다. 신오쿠보는 도쿄에서도 한인들이 많이 사는 곳이고 케이팝 문화가 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이 공간은 미술만 다루는 게 아니라 다문화적인 접근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성을 굉장히 중요시하고 그것을 보여줄 수 있는 어떤 단면으로서 호스트 문화가 다뤄진다든지 초대가 된다든지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2022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주변화된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역할을 했었는데 문을 닫았고 콜렉티브로서의 활동도 중단한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많이 아쉬운 마음입니다.

두 번째 관점은 실천으로서의 플랫폼입니다. 

토모 도시 미술관(Tomotosi Museum of Contemporary City)은 토모토시라는 아티스트가 만든 공간인데, 작가 본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공간입니다. 공간 이름이 시사하듯이 갤러리 공간으로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도시에 깊이 관여를 하고자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워크숍을 많이 진행합니다. 그중에 하나가 한 지역을 지정을 해가지고 거기에 있는 모든 편의점을 다 가면서 서로 서로의 미세한 차이들을 보고, 그런 편의점이라는 것을 통해서 그 지역의 풍경을 그려보는 프로젝트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끔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올려서 “와서 같이 걸어요. 오세요.” 이렇게 공지를 해서 가면 이제 한 10분 정도 걷는 기차 역 사이를 기차를 타는 게 아니라 같이 걸으면서 거리 그 도시의 풍경을 느끼는 그런 워크숍을 하기도 한답니다. 그래서 어떤 한 공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워크숍이라든지 활동을 통해서 도시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그런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스틸라이브(Stillive)는 2016년에 연 공간입니다. 퍼포먼스 작가 유키 코바야시가 연 공간인데 그 자체가 하나의 퍼포밍이 되는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까 타임머신이라는 여러 큐레이터들이 참여하는 워크숍이 있다고 언급을 했는데, 그때 참여를 했었던 권상해라는 큐레이터가 2019년부터 함께 하게 되면서 이 공간이 더욱 플랫폼의 성격을 더 띄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서는 공연이 이루어지기도 하지만 자가 배움의 시스템 같은 것을 굴리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학교에서 퍼포먼스를 적극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에 스틸라이브가 그런 역할을 대신해서 대안적인 교육 플랫폼이 되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실천적인 동시에 이론적인 접근을 함께 하려고 하고 강의를 한다든지 젊은 학생들과 함께 협력을 한다든지 그런 역할들을 소화하려고 합니다.

FAQ는 2021년 4월에 두 명의 작가가 교환 일기를 쓰면서 시작이 됐던 플랫폼입니다. 교환일기로 시작됐던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교환일기를 보실 수가 있습니다. 이들이 직접 전시 같은 것을 만들기도 하는데, the 5th floor에서 2022년 3월에 했던 전시 겸 스크리닝에도 참여했습니다. 되게 푹신푹신한 쿠션 같은 거를 두고 있어가지고 그냥 보면서 잠들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이 됐던 그런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굉장히 편하게 사람들이 누워서 그걸 볼 수 있었던 상영회 중 하나의 기획을 이들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사이버 페미니즘 인덱스』라는 책의 저자와 함께 11월 말에 있는 도쿄 아트북페어에서의 포럼을 준비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관점은 맥락에 가까운데 젊은 독립 큐레이터들의 숫자 자체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해 볼 수 있겠습니다. 2016년에 도쿄 예술대학에서 글로벌 아트라고 하는 대학원 과정이 생겼습니다. 큐레토리얼이라는 것을 정식으로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을 한 것이죠. 근데 이 2016년에 일이 생겼는데 그 시기에 태국, 대만 등 아시아의 다른 대학에서도 큐레토리얼을 정규적인 과정으로 설립해서 가르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저도 그 학교를 나왔습니다.

도쿄에는 큐리토리얼에 집중된 공간이 많지는 않습니다. the 5th floor가 있고, 또 하나가 있다면 아사쿠사(Asakusa)예요. 이 공간은 큐레토리얼에 집중하는 독립공간으로서는 굉장히 운영 되고 있는 공간입니다. 임민욱 작가의 개인전을 여는가 하면 안토 비도클, 히토 슈타이얼 같은 빅네임 작가들과 협력을 하는, 나름 굉장히 잘 하고 있는 공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정확히 어떻게라고는 단정지어서 말하긴 어렵지만 이 공간의 활동이 큐레토리얼에 있어서 굉장히 큰 영향력을 행사를 했고 저희 공간도 그런 영향을 받은 것 중에 하나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2010년대에 이런 공간들의 수 자체가 많아지면서 자기 스스로를 큐레이터라고 부르면서 이러한 활동을 하는 사람 수도 많아지고, 큐레이터라는 일의 장벽도 많이 낮아졌습니다. 또 독립적인 활동을 하는 큐레이터들도 자기 공간이 있어야만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공간들을 옮겨다니면서 공간 위주가 아니라 실천 위주로 무엇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환경이 열립니다. 이렇게 젊은 큐레이터의 수 자체가 늘어나면서 젊은 작가들도 다양한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점에서는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모든 실천들이 질적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는 없기 때문에 이러한 실천들을 비평적으로 잘 살펴볼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5th floor가 그저 전시만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어떤 담론의 생성을 위해 애를 쓸 필요가 있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으로 가자면 우선 우리가 지금 처한 상황은 단 하나의 반대 급부가 존재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90년대 대안 공간 같은 경우는 제도권에 대한 대안이 되자 혹은 그것에 대항하자라는 어떤 단일한 아젠다가 있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다자적인 대안 이라고 봐야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까 설명드린 것처럼 2000년대에는 공간을 위주로 실천이 전개가 되었다면 이후에 2010년대 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코로나의 영향도 물론 있었을 것이고 반드시 하나의 공간에서만 어떤 일이 일어나야 된다기보다는 실천을 중심적으로 조직되는 경향으로 전환이 되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이제 양해 말씀을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것은 제가 다루지 못한 대안 공간에 대한 실천이 굉장히 많다는 점입니다. 제가 제안을 하는 것들은 사실 특징이 뚜렷하게 보여서 계보를 만들고 서로 비교하기가 쉬운 것들을 소개를 드렸기 때문에 다소 임의적인 리스트라고 먼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5th floor라는 공간이 공간이기만 한 것도 아니고 실천이기만 한 것도 아닌 그 사이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활동들이 아카이브가 되고 그것이 곧 지식을 만드는 보고가 되어서 큐레토리얼의 어떤 역할을 하는 곳이 정착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표를 준비하면서 참조한 자료 목록을 첨부하니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FUKUZUMI, Ren “The Alternative Space as A Moving Force,” Art Center Ongoing. Accessed on 6th May, 2023; https://www.ongoing.jp/about/recommendation/fukuzumi/.

– IKEDA, Osamu, ed., Art Initiative: Communicative Infrastructure, BankART1929 (2009).

– INOUE, Mao “On Some Problems of Alternative Space in Contemporary Arts,” Machikaneyama ronso. Cultural dynamics, 48, pp.73-94 (2014).

– WAITE, Jason , “Para-zomia: Cultivating Interdependence in Koenji,” e-flux journal, issue 134 (2023); https://

www.e-flux.com/journal/134/524736/para-zomia-cultivating-interdependence-in-koenji/.

– WAITE, Jason “Para-Zomia of Chim↑Pom,” in Bijutsu Techo, vol. 74. no.1093, pp.122–29 (2022).

YPC: 여러 가지 재미 있는 이야기를 많이 해 주셨는데 제일 지금 많은 질문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제일 궁금한 것부터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도쿄에 굉장히 많은 독립 공간들이 있고 또 5th floor를 직접 운영하고 계신데 대부분의 도쿄의 독립 공간들은 어떻게 재정적인 문제를 다루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5th floor의 경우를 중심으로 하여서 도쿄의 대안 공간들이 어떻게 재정적인 부분을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TI: 일단 제가 직접 전시 기획을 하는 것은 1년에 2-3개고 나머지 9-10개 정도는 협력 기획자 혹은 저희가 초청한 기획자가 전시를 하게 되고,  그 기획자의 이름으로 크레딧이 나가는 체제입니다. 직접 하는 전시는 어쩔 수 없이 출혈이 있어요. 사비를 써서 전시를 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이제 초청받은 큐레이터가 자신이 전시를 하기 위한 지원금을 물고 들어오는 것이죠. 그래서 그 지원금으로 대관료를 받지는 않고 전시를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추가로 500엔씩 입장료가 있어요. 학생들은 무료지만 그 외에는 입장료를 내는데 그 입장료를 공간과 큐레이터 사이에 나누고, 큐레이터가 그 돈을 쓰고 싶은 방식대로 쓸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저희 공간 자체가 외부의 후원을 받고 있어요. 지원금은 아니고 한 개인으로부터 후원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후원금에서부터 저희 월급이 나오는데 그 월급이 영원히 지속되는 건 아니고 약간 외주 인력처럼 계속 돈을 받고 있다가 그게 곧 중단될 예정이어서 이제 어쩌지 하고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YPC: 일부 공간은 어떤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해서 또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관객을 선별해서 받기도 한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한국에는 2010년대에 많은 신생 공간들이 존재했었어요. 그때 실제로 신생공간을 실제로 찾아가는 게 다소 어렵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신생 공간들이 너무 폐쇄적이라는 비판, 자기들끼리만 논다는 비판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혹시 도쿄의 대안 공간들은 그들이 어떤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는 않는지, 혹은 모두에게 열려 있는 환대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압박과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표 사이에서 어떤 고민 같은 것들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TI: 어떤 안전한 공동체에 대한 필요성은 일본의 특수한 맥락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2019년 itt 트리엔날레 검열 사태가 있었습니다. 전시 안에 전시의 형태로서 검열되었던 작업들만 한꺼번에 모아놨던 전시가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의 역사가 관련되어 있다든가 아니면 위안부 문제, 재현의 문제와 관련해 논란이 있었던 작업들이 다 한꺼번에 있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서 그냥 표면만 보고 계속 비판을 한다거나 이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된다고 비난을 하는 일들이 굉장히 많았고 그 전시 자체를 해치려는 움직임들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검열 이슈에서의 위협을 느껴왔기 때문에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또 코로나 팬데믹 상황들에는 모든 사람들이 다 모이는 것이 위험하기도 했었고 미술가들도 다 예약을 해서 오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영향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개인적인 의견인데 대안 공간이라는 것은 ‘열려 있다’라고 아무리 얘기를 해도 어쨌든지 간에 접근이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어요. 왜냐하면 그 씬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서 오는 거고 아는 사람이 또 아는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중간 어디에 있는 것에 가깝고, 결코 ‘공공적인’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를 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부분은 특수한 맥락에서 고려되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The 5th Floor 탐방기: 큐레이터가 운영하는, 큐레이터를 위한 실험실 

The 5th Floor (이하 ‘5층’)은 도쿄 우에노 근처에 위치한 독립 미술 공간으로, 이름 그대로 한 건물의 5층을 점유하고 있다. 한 사업가가 예술가 친구의 설득에 과거 직원 숙소로 쓰던 건물 중 한 층을 동시대 미술을 위한 공간으로 내어준 것이다. 도쿄예술대학 근방인 이곳은 교통은 편리하지만 중심 상권으로부터 다소 거리를 둔 한적한 주택가 가운데 녹아 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건물 5층까지 올라가 입구에서 티켓을 구매 후 입장할 수 있다. 한 층을 정부 사용하기 때문에 규모는 작다고 할 수 없으나, 세 개의 방과 테라스로 구분되어 있기 떄문에 개별 공간의 규모는 크지 않다. 때문에 전시를 만드는 일이 꽤 복잡해 지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기획전은 이러한 한계를 오히려 실험적인 시도를 위한 조건으로 활용해왔다. 

이 공간은 현재 대표 토모야 이와타를 주축으로 큐레토리얼 중심 공간으로 운영된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전시는 모두 큐레이터의 프로젝트이며, 운영진이 자체적으로 기획하거나 때때로 협력 큐레이터를 초청한다. 올 10월 방문 당시 초청 기획자인 요지 스즈키의 연구와 기획이 돋보이는 전시 “Like this, like this, like this!”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전시는 5층 공간이 분할되어 있는 점을 십분 활용하여 마사헤이 소토메(1921-2014), 마사미 소토메(1948- ), 그리고 테페이 소토메(1980- )의 3대에 걸친 작가를 소개했다. 각 방은 할아버지-아버지-아들 각각의 작품뿐만 아니라 감상을 풍성하게 하는 기획자의 방대한 에세이와 자료를 함께 만날 수 있었다. 100여 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는 세 개의 방은 일본 근대화 및 도시 개발 역사와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Like this, like this, like this!” 전시 전경. The 5th Floor 제공) 

방문했던 당시에 대여섯 명 정도의 관객이 있었는데, 모두 구비된 텍스트를 꼼꼼히 읽으며 1시간 가까이 관람을 하고 전시장에 나와있던 기획자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전시는 큐레이터 요지 스즈키가 처음으로 단독 진행한 기획전이었다는 전이며, 지난 2년간 집중적인 현장 방문 및 문헌 연구를 통해 가능했던 것이었다. 이처럼 젊은 기획자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큐레토리얼 중심 독립 공간은 드물기에 나이대와 소속을 막론하고 이 공간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었다. 공간을 후원 받는다는 큰 이점을 바탕으로 5층은 곧 큐레이팅 실습 기회를 원하는 인턴을 채용하여 보다 안정적인 운영을 도모할 예정이다.

건물의 1층에는 5층의 운영진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의 창작자가 공유하는 사무실 공간이 있고, 맞은편에는 입주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운영되는 카페가 있다. 5층이 자리잡은 동네에는 현지인이 사랑하는, 그리고 토모야 이와타가 해외에서 온 손님에게 자신있게 추천하는 소바 맛집 ‘소바고쿠로’가 있다. 관람과 식사를 마치고 우에노 공원을 산책하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