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셀의 여정: 디지털 이미지 공유의 물질성

어제는 최애캐의 뉴짤, 즉 새로운 일러스트가 리트윗되어 탐라에 들어왔다. 트위터에 올라온 이미지는 화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구글로 달려가 원 출처를 찾아내어 다운받고, 그래도 마음에 차지 않으면 ‘waifu2x’주1에 접속해 바로 깨끗하게 확대된 이미지를 추출한다. 선명해진 사진을 받아 데스크톱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뿌듯하게 감상하는 것은 하루의 소소한 일과이다. 웹페이지나 sns에서 이미지를 받을 때 나는 항상 화질과의 전쟁을 치른다. DSLR이 상용화 되고 스마트폰의 카메라가 극도로 발달한 지금 역시도 웹에서 발견하는 이미지 의 화질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디지털 카메라의 도입 이래, 그리고 스마트폰과 sns의 상용화로 인해 오늘날의 화상은 일차적으로 데이터로서 존재하게 되었다. 화상의 기본 포맷은 디지털 이미지이며 현실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화상은 오히려 디지털의 출력물, 즉 부산물이 되었다. 이러한 디지털 이미지로서의 화상은 필연적으로 산화되고 마모되는 현실의 화상과는 달리 0과 1로만 이루어진 데이터로서 자신의 내용을 전혀 손실시키지 않고 완벽하게 보존 및 전달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원본으로서 존재하는 것이 가능해진 디지털 데이터의 유통의 과정에서 실제로 화상은 ‘닳고 있다’.

게시판에, sns에 포스트되는 사진들, 메신저로 전송되는 사진들은 플랫폼의 포맷에 맞추어 가공되고 압축되어 적절한 용량과 규격으로 업로드된다. 그 과정 에서 화상의 화질 역시도 변화한다. 축소되고 픽셀이 깨지며 색이 번지고 변하고 흐려지는 등 점차 열화되는 것이다. 스마트폰의 상용화는 화상이 공유되는 방식 을 변화시키면서 이러한 열화를 가속시켰다. 스마트폰 통신의 핵심 재화인 3G 데이터는 이제 소통에 있어 일종의 자본이 되었기 때문에 고해상·고화질의 화상보다도 데이터의 손실이 적고 빠르게 로딩되며 스마트폰으로 보기에 적절한 크기로 축소 혹은 압축된 화상이 선호된다. 화상이 많은 게시글에는 제목에 경고를 붙이는 것이 오늘날 일종의 예절이 되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러한 압축의 과정을 거쳐 전달되고 유통되는 화상들은 그 경로를 거듭할수록 점차 조악하게 변해간다. 마치 사람의 손을 거쳐 전달되는 실물의 사진들이 산화되고 바래듯 디지털 화상 역시도 온라인의 커뮤니케이션을 거치면 거칠수록 닳아가는 것이다.


스마트폰 게임의 캡쳐 원본(좌)과 이를 라인메신저-트위터-페이스북의 경로를 거쳐 전송한 이미지(우)

스마트폰 게임의 캡쳐 원본(좌)과 이를 라인메신저-트위터-페이스북의 경로를 거쳐 전송한 이미지(우)


물론 이러한 열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트위터는 올 2월, 화상 업로드시 png포맷을 jpg로 자동 변환하는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자동으로 압축되어 업로드되었던 jpg와는 달리 png 포맷의 경우 거의 손실 없이 업로드되었으며, 따라서 더 ‘무거웠’기에 이 업데이트는 이미지에 사용되는 데이터 용량을 줄이고 쾌적한 서버환경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명백했다. 그러나 유저들은 이러한 업데이트를 반기기보다는 오히려 png 포맷이 jpg로 변환되지 않도록 가공하여 업로드 시키는 팁을 공유하거나 원본 이미지의 다운로드 링크를 별개로 첨부하는 등 화상을 보존하기 위한 대응을 모색하였다. 빠르고 가벼운 데이터 공유의 한편으로 고화질 이미지의 손실 없는 공유라는 욕망 역시도 존재하는 것이다. 이렇게 화상의 공유에 따른 화질의 손상은 온라인 관계에 있어 다양한 욕망을 반영한다. 화상의 성격이나 유통되는 관계의 방식 역시도 이 열화의 정도를 결정한다. 다수에게 노출되고 공유되는 이미지일수록 열화는 빠르게 일어난다. 또한 굳이 고화질로 접할 필요성이 없는 유머 화상이나 일회성의 자료들은 더 자주, 더 간편하게 유통되면서 빠른 속도로 열화되는 한편, 매니아들에게 가치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화상들은 고화질로 업로드 될 뿐만 아니라 손실 없이 보존하고 유통되기 위한 간섭을 거친다. 화상이 유통되는 커뮤니티의 성향이나 유저의 종류 역시도 이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화상의 화질만을 보고도 이 화상이 얼마나 인터넷 공간을 떠돌며 공유되었는지, 또한 어떻게 취급되었는지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이미지 데이터는 이렇게 오늘날 온라인 관계의 단면이 반영되는 나름의 물질성을 가진다.

데이터를 물질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련의 코드의 조합에 불과한 디지털 이미지는 차라리 가상에 가깝다. 그러나 이것은 나름의 무게를 가지며 실제로 소비되고 유통되고 보존되며 관계의 양상에 따라, 소통의 양상에 따라 그 내용이 변한다. 무한한 복제가 가능한 디지털 이미지의 특성에도 불구하고 웹 공간에서 화상의 열화는 대기 속에서의 산화와 같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다. 따라서 이 세계에서 취득 가능한 이미지의 질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으며, 원본에 가까운 고화질의 이미지를 소유하는 것에는 나름의 자본이 요구된다. 텍스트 대신 이미지로, 이모지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짤방으로 의사소통이 이루어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화상은 욕망과 권력의 작동 속에서 소모와 보존의 여정을 반복하며 소통의 재화로서 고유한 물질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주1 이 사이트는 와이프wife의 일본발음을 영어화한 waifu와 2배를 의미하는 2x의 합성어로서 화상을 2배의 크기로 늘려주되, 확대한 것이 티나지 않도록 노이즈를 보정해주는 곳이다. waifu는 아내, 즉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 사이트는 처음에 오타쿠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의 일러스트 화질을 개선하는데 이용하도록 만들어졌다. 이 사이트와 관련된 오타쿠 문화 속 이미지의 동학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더 자세히 서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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