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토복합은 일본 교토에 위치한 예술 공간이다. 2019년부터 제작, 발표, 비평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예술 공간을 지향하며 1층에 갤러리, 2층에 교육 공간을 운영했다. 정기적으로 예술 비평/창작 글쓰기 강좌를 열고 있으며, 강좌에서 쓴 글을 모아 『Jodo Journal』(이하 저널)을 발간하고 토크, 세미나 등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글쓰기 프로그램은 1년에 걸쳐 리뷰쓰기, 오리지널 원고 쓰기, 잡지 편집에 이르는 과정을 차근차근 닦아가면서 시작부터 유통까지 글쓰기의 과정을 모두 경험하도록 한다.
정토복합은 갤러리와 교육 공간을 동시에 운영했던 점, 미술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출판을 병행한다는 점에서 YPC SPACE의 운영 방식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2022년의 프로젝트에서는 비대면 대담을 진행하며 서로의 공간을 소개하고 교류의 문을 열었다. 2023년 5월 17일 만남의 확장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정토복합을 방문하여 디렉터 이케다 코스케와 대화를 나누었다. 이름의 유래가 된 교토 정토사 근처의 조용한 주택가에 위치한 카페의 2층을 사용하는 정토복합은 최근 전시 공간 Finch Art와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고 교육 및 스튜디오 공간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Finch Art는 당시 전시가 끝난 직후라 아쉽게도 빈 공간을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좌: 정토복합(건물 2층), 우: 이전 2층에 정토복합이 위치했던 전시공간 Finch Art)
3인 정원의 스튜디오는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해서 지역의 아티스트의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1년 단위로 운영하는 글쓰기 스쿨과 1-2달의 간격을 두고 진행하는 렉쳐와 토크 프로그램이 있다. 그리고 매년 발행하는 저널에 글쓰기 스쿨의 결과물과 렉쳐 프로그램 원고를 비롯한 한 해의 활동을 갈무리하여 출판하고 전국에 유통하는 방식으로 1년의 운영을 조직한다.
정토복합은 대안적 콜렉티브로서의 정체성보다는 중견 예술가이자 교육자인 이케다 개인의 프로젝트로서의 성향이 강한 편으로, 고정된 멤버가 있기보다는 교사, 강사, 편집자 등과의 일시적 협업을 토대로 운영된다. 또한 저널의 편집 방향이 기성의 잡지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토크의 인선 역시도 대부분 경력 있는 작가나 학예사를 위주로 이루어지는 등 실험적인 시도보다는 정제된 퀄리티의 결과물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도 밖에서 글과 교육을 중심으로 꾸준히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공간은 일본 미술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예시로 보인다. 또한 지역 기반 예술 프로젝트와 협업을 하거나 지역의 예술자원을 활용하는 등 지역성이 돋보이는 활동을 주로 진행한다.
(좌: 정토복합의 교육 공간, 우: 스튜디오 공간)
이케다의 소개로 교토의 관민합동 예술지원 프로그램 HAPS의 스튜디오를 방문할 수 있었다. HAPS는 교토시와 제휴를 맺고 젊은 예술가들에게 작업공간과 제작지원, 비평/큐레이터 매칭 등의 활동을 하는 상담소를 표방하는 법인이다. 스튜디오는 시에서 폐교된 초등학교의 교실 공간을 지원받아 일정 기간 동안 작가들에게 임대하는 일종의 민간 레지던시 형태로 현재는 6팀의 작가들이 사용하고 있다. 지역 기관과의 협업 방식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폐교된 초등학교 교실을 레지던시로 사용하는 HAPS의 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