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회사와 예술적으로 허용된[1] 거짓말 1. 가발 하나의 차이 가수이자 배우 마일리 사이러스를 스타덤에 밀어 올린 미국의 틴시트콤 ‘한나 몬타나’(2006-2011)의 주인공인 ‘마일리 스튜어트’는 낮에는 평범한 10대 소녀이고, 밤이 되면 유명 팝스타 ‘한나 몬타나’로 활동한다. 음악이 좋아서 일찌감치 가수의 길을 가기로 했지만, 평범한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생각해낸 묘안은 다름 아닌 분장술이다. 갈색 머리 여중생 마일리는 학교에서 … 더 보기 “[YPC x CREAM] 유령회사와 예술적으로 허용된 거짓말”
[카테고리:] 김뺘뺘
밴더스내치는 왜 재미가 없을까? — 수동적극적 사용자와 화면 속 텍스트에 대하여
넷플릭스는 기존 시청 기록에 기반하여 내가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메인에 배치하지만, 야심 차게 내놓는 신작의 티저는 나의 취향과 무관하게 대문짝만하게 걸어놓곤 한다. 속는 셈 치고 본 ‘인터랙티브 영화’ 〈블랙 미러: 밴더스내치〉(2018)는 정말 재미가 없었다. 혹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닐까 싶어 여러 번 봤다. 하지만 매번 별로였다. 영화는 1980년대 중반에 한 아마추어 게임 개발자 스테판이 … 더 보기 “밴더스내치는 왜 재미가 없을까? — 수동적극적 사용자와 화면 속 텍스트에 대하여”
토크에 대하여
국공립 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미술 공간에서 진행하는 ‘토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매 주말(=수, 목, 금, 토, 일)마다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토크들이 열린다. 전시를 열면 당연히 연계 프로그램으로 토크가 따라붙고, 전시가 없더라도 미술 공간에서는 토크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언제부터 미술에 대한 ‘말’과 이를 담는 이벤트가 필수적인 것이 되다시피 많아진걸까? 이 문제에 타당한 계보를 구성하여 대답하려면 미술관의 역할에 대한 … 더 보기 “토크에 대하여”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플랫할까? (1)
김뺘뺘는 최근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의 ‘Chat’ 프로그램에서 한 시간 가량 토크를 진행했다. 본래는 미술 관련 텍스트를 번역할 때 자주 등장하지만 다소 난감했던 단어들—특히 surface, plane, flatness, 혹은 “평면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유행어처럼 반복되는 이 단어에 대한 막연한 반감(“그래서 도대체 뭐가 플랫하다는 거야?”)이 앞섰던 것이 사실인데, 준비를 하다 보니 미술사 및 이론적 맥락부터 동시대 … 더 보기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플랫할까? (1)”
재미있는 전시를 하나 보았다
– 김대환x이준용의 <네 눈동자 속에 누워있는 잘생긴 나> (2017.5.27-6.24 @코너아트스페이스)에 대하여 0. 고쳐 쓰기도 하고, 숭배하기도 하는 것. 판단하는 시선을 받고, 그 시선을 그대로 돌려주거나 꿀꺽 삼켜 버리기도 하는 것. 얼굴이 그렇다. 특히 압구정에서는 얼굴이 (재)생산하는 시선의 경제가 집약되어 있다. 지하철 역사의 광고판에는 큼지막한 얼굴들이 납작하게 반짝인다. 아크릴 표면이 너무 반들반들하여 거울의 역할까지 자처한다. … 더 보기 “재미있는 전시를 하나 보았다”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2)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유닛, 열화, 불능감, 질주에 대하여> 내가 전달받은 네 개의 키워드—유닛, 열화, 불능감, 질주—중 적어도 두 단어는 권시우의 글들을 접하면서 겨우 외연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열화”는 생소하다 못해 의미를 가늠조차 할 수 없어서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권시우의 용례에 유비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었고, “유닛”은 그가 여러 차례 규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못내 부자연스러워 내 … 더 보기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2)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1) 권시우가 김뺘뺘에게
2017년 2월 4일, <비평실천>(2017.2.1-2.7 @산수문화)의 일환으로 권시우와 김뺘뺘는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이라는 워크샵-토크를 진행했다. 권시우는 사전에 김뺘뺘에게 다음과 같은 룰에 의해 진행될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1. 각자 지금까지 써왔던 텍스트 중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한 편을 정한다. 2. 선택한 텍스트와 관련된 4개의 주요 키워드를 추려낸다. 3. 4개의 키워드는 가상의 지면(빈 문서)을 구성하는 4개의 꼭짓점인 셈이다. 4. 돌아가며 … 더 보기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1) 권시우가 김뺘뺘에게”
fldjf-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기
박보마 혹은 fldjf studio가 연출한 공간은—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미완성의 상태이고, 어디서 본 듯 하지만 결코 정확한 레퍼런스를 짚어낼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긴다. 그녀가 그 공간 속에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하려는지에 대한 질문들은 갈 곳을 잃고 약간은 음산할 정도의 멍한 느낌만 끈질기게 지속된다. 하지만 그녀는 거듭 자신의 작업을 “서비스”라 칭하며 초대하고 약속한다. 파괴된 신텍스로, 때로는 엉터리 외국어 문장들로. … 더 보기 “fldjf-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평가하기”
김뺘뺘의 일에 대하여
1. 김뺘뺘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작가도 기획자도 아닌 김뺘뺘는 길지 않은 시간동안 미술계의 주변에서 일을 해왔다. 미술관에 다니는 취미가 있었던 그는 우연히 한 미술관에서 초단기 계약직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 이후로도 김뺘뺘는 여기저기에 소환 되었고, 그렇게 그는 주로 “코디네이터”나 “통역가/번역가” 정도로 불리면서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었다. 김뺘뺘는 미술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어서 즐거웠고, 미술계가 … 더 보기 “김뺘뺘의 일에 대하여”
◼︎◼︎◼︎을 자꾸 생각하기
1. 매듭지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결말에 도달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다. 중독적이거나 난해해서이기보다 기본적인 필요의 결핍, 즉 갈증이나 허기로 인한 것이었다. 단 한 마디의 말만 정확히 듣거나 말할 수 있다면 놓아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기다린다.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하지만 결국 듣게/하게 된다면 그 말이었단 것을 알아챌 것이라는 불가항력적인 확신을 … 더 보기 “◼︎◼︎◼︎을 자꾸 생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