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뺘뺘는 최근 ‘서울루나포토페스티벌’의 ‘Chat’ 프로그램에서 한 시간 가량 토크를 진행했다. 본래는 미술 관련 텍스트를 번역할 때 자주 등장하지만 다소 난감했던 단어들—특히 surface, plane, flatness, 혹은 “평면 작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갈 계획이었다. 제목이 암시하듯이 유행어처럼 반복되는 이 단어에 대한 막연한 반감(“그래서 도대체 뭐가 플랫하다는 거야?”)이 앞섰던 것이 사실인데, 준비를 하다 보니 미술사 및 이론적 맥락부터 동시대 … 더 보기 “무엇이 (도대체) 무엇이 플랫할까? (1)”
기억을 따라 걷는 노래
이우성 개인전 <키사스, 키사스, 키사스> (2017. 8. 28. – 9. 24. 아마도예술공간)에서 관객을 처음 맞이하는 것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천 그림’이다. 화려한 색깔 없이 마치 신문 한귀퉁이를 오린 것 같은 흑백이라는 것 말고는, 작년 개인전에서 본 대형 천 그림과 그리 다르지 않다. 이우성 개인전에 맞게 찾아왔다는 것을 의심할 필요 없이 위층으로 향한다. 그러나 위층에서 … 더 보기 “기억을 따라 걷는 노래”
PICO: 어떤 첫 방문
서브컬쳐에는 학을 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 유년시절은 게임이나 만화책과는 사실상 격리된 채 보냈다. 하지만 세가에서 출시된 ‘어린이 컴퓨터 PICO [1]‘는 “교육용”이라는 명칭이 붙은 덕에 어린 남매의 첫 콘솔게임기이 되었다. 그 후로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훌륭한 오타쿠로 자라났지만 ‘PICO’가 준 첫 게임의 기억은 아련하게 남아 이번엔 동명의 미술 전시(<PICO>, 취미가, 2017.08.28-09.27)에 대한 기대로 제멋대로 옮겨갔다. 전시의 … 더 보기 “PICO: 어떤 첫 방문”
재미있는 전시를 하나 보았다
– 김대환x이준용의 <네 눈동자 속에 누워있는 잘생긴 나> (2017.5.27-6.24 @코너아트스페이스)에 대하여 0. 고쳐 쓰기도 하고, 숭배하기도 하는 것. 판단하는 시선을 받고, 그 시선을 그대로 돌려주거나 꿀꺽 삼켜 버리기도 하는 것. 얼굴이 그렇다. 특히 압구정에서는 얼굴이 (재)생산하는 시선의 경제가 집약되어 있다. 지하철 역사의 광고판에는 큼지막한 얼굴들이 납작하게 반짝인다. 아크릴 표면이 너무 반들반들하여 거울의 역할까지 자처한다. … 더 보기 “재미있는 전시를 하나 보았다”
남는 건 사진뿐?
잘 팔리기 위해서는 잘 찍혀야 한다. 식당을 해도 ‘비주얼이 나오는’ 메뉴를 만들어야 하고, 카페를 해도 사진이 잘 나오는 셀카 스폿이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 메뉴부터 인테리어까지 사각형의 프레임에 최적화된 유명 ‘맛집’의 사진을 확인한 뒤에 똑같은 사진을 찍으러 간다. 과거의 사진은 순간을 기록/기념하기 위한 것에 가까웠다. 예컨대 졸업식을 기념하기 위해, 또는 에펠탑 관광의 순간을 간직하기 위해 사진을 … 더 보기 “남는 건 사진뿐?”
덕후를 직시하기: 〈덕후 프로젝트〉가 보고자 한 것
북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진행한 <덕후 프로젝트 : 몰입하다>는 11명의 작가들이 저마다 덕후를 주제로 수집물이나 취미 활동을 미술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일상과 서브컬쳐와 미술계을 넘나드는 작품들은 신선하고 기발한 발상과 형식을 보여주는 한편 새로운 사회 문화에 대한 성찰을 촉구한다.. 고 쉽게 평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의 문화계 전반에서 덕후라는 집단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 더 보기 “덕후를 직시하기: 〈덕후 프로젝트〉가 보고자 한 것”
이론 ‘인용하기’에서 ‘이론-되기’로
‘비평의 위기’라고들 한다. 잊을만하면 돌아오는 구태의연한 수사라고 생각하면서도, 다시 그 말에 솔깃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할지언정 ‘위기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비평의 위기’라는 수사가 거대한 것에 비해 아무런 구체적인 상황도 지시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비평이 어딘가 문제가 있기는 있다고 모두가 생각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 더 보기 “이론 ‘인용하기’에서 ‘이론-되기’로”
서브컬쳐 페인팅 프로그램 연대기: 오에카키에서 클립스튜디오까지
90년대 말부터, 특히 2000년대 초 이후 한국의 디지털 환경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윈도우가 널리 보급되어 텍스트 메뉴 대신 이미지 아이콘이 통용되고, 키보드 대신 디지털 2차원 평면에 마우스를 움직여 사용하는 것이 조작의 기본이 되었다. ADSL의 보급과 함께 인터넷 의사소통에 본격적으로 이미지가 활용되기 시작했으며, 디지털 카메라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짤방, 이모지, 아바타 등의 각종 이미지 개념이 소통에 적극적으로 … 더 보기 “서브컬쳐 페인팅 프로그램 연대기: 오에카키에서 클립스튜디오까지”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2)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유닛, 열화, 불능감, 질주에 대하여> 내가 전달받은 네 개의 키워드—유닛, 열화, 불능감, 질주—중 적어도 두 단어는 권시우의 글들을 접하면서 겨우 외연을 획득하기 시작했다. “열화”는 생소하다 못해 의미를 가늠조차 할 수 없어서 사전을 찾아보고 나서야 권시우의 용례에 유비적으로 접근해 볼 수 있었고, “유닛”은 그가 여러 차례 규정을 시도했음에도 불구하고 못내 부자연스러워 내 … 더 보기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2) 김뺘뺘가 권시우에게”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1) 권시우가 김뺘뺘에게
2017년 2월 4일, <비평실천>(2017.2.1-2.7 @산수문화)의 일환으로 권시우와 김뺘뺘는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이라는 워크샵-토크를 진행했다. 권시우는 사전에 김뺘뺘에게 다음과 같은 룰에 의해 진행될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1. 각자 지금까지 써왔던 텍스트 중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한 편을 정한다. 2. 선택한 텍스트와 관련된 4개의 주요 키워드를 추려낸다. 3. 4개의 키워드는 가상의 지면(빈 문서)을 구성하는 4개의 꼭짓점인 셈이다. 4. 돌아가며 … 더 보기 ““텍스트 작도하기: n개의 키워드들” (1) 권시우가 김뺘뺘에게”